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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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9

2020.12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죠”
휠체어장애인 구성 ㈔춘천교통약자권익증진협회 임진숙 회장

의암호 휠체어 카누 체험… ‘장애친화적 도시, 춘천’ 향한 첫걸음


김춘혁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 디디미모임 회장(왼쪽부터), 임진숙 회장, 김영수 제주 서귀포 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지난 10월 23일 가을바람 쌀쌀한 의암호 송암스포츠타운 킹카누 선착장에선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졌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중증 지체장애인 20여 명이 카누를 나누어 타고 의암호 가을 정취를 즐기는 뱃놀이를 즐겼다.
‘이런 추운 날씨에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뱃놀이라니, 위험하지나 않을까’

행사 소식을 듣는 순간 무심코 들었던 생각이다. 하지만 섣부른 편견이었다.

 “카누는 누구나 즐길 수 있죠. 노를 직접 저어야 하기 때문에 봄여름엔 덥고 힘들어요.

서늘한 가을이 카누를 즐기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다들 휠체어를 타기에 팔 힘도 좋은 편이죠.”
행사를 개최한 ㈔춘천교통약자권익증진협회(이하 교통약자 협회) 임진숙 회장(56·동면)은

“중증장애인들의 ‘활동 범위’를 좀 더 넓혀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한 나들이”라고 말한다.

10월 21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장애인이동지원센터 ‘봄내콜’과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흥겨운 설렘 속에서 무탈하게 치러졌다.

 교통약자협회는 올해 3월 휠체어를 타는 중증 지체장애인 170여 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회원은 춘천 및 화천·양구지역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구성되며, 비장애인 후원회원도 400여 명에 달한다. 운영경비는 회비와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장애 친화적 도시, 춘천을 만들어 가자는 게 활동 목표입니다. 춘천의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 등은 잘 갖춰진 편이지만

휠체어 장애인들이 건물 출입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겪어야 하는 ‘이동의 벽’은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임진숙 회장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그는 40대 중반이었던 2011년 뜻밖의 교통사고로 하루 아침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이후 우두동에 있는 강원도 재활병원에서 로봇보행 치료를 받다가 아예 춘천에 정착했다.
“평생 휠체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동부시장 1층(40호)에 친목단체 성격의 ‘장애인 쉼터’를 만들었고,

이를 모태로 사단법인 교통약자협회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는 “개인이 목소리를 높이면 불평이지만 단체의 목소리는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장애인 단체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분도 있는데,

시각·청각·지체·지적 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로 이해관계나 요구사항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온몸이 뒤틀리는 루게릭병 장애인이 보건정책 담당자에게 고충을 토로하는 자리에서였다.

그런데 병 때문에 말투가 느리고 어눌했고, 답답해진 공무원은 ‘누가 저 사람의 말, 통역 좀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그 장애인은 더듬거리며 이렇게 답한다.

 “당신의 바로 그런 태도가 장애인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데, 무슨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느냐?”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장애인 복지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카누체험 행사에 참여한 김영수(62·서귀포 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씨가 들려준 이야기다.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장애인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시각을 보여주는 듯해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