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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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0

2021.1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빙어, 반짝반짝 튀어 오르는 겨울호수의 '은빛 요정'
춘천호, 소양호를 얼음낚시 명소로 만든 ‘관광홍보’의 주인공


 본디 그의 고향은 바다였다. 바닷물고기 출신이라는 것이다. 바다와 민물을 자유롭게 오가던 어느 날 호수에 갇혔다. 육봉陸封이 된 것이다. 송어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면 산천어가 되듯, 민 물살이를 시작하면서 크기는 작아졌지만 대를 이어 번성했다. 생김새가 꼭 닮은 바닷물고기 열빙어의 사촌 격인, 민물고기 빙어氷魚 이야기다.
 빙어는 우리나라 저수지와 호수 등지에서 폭넓게 서식한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에 몸길이는 10~12cm 내외로 가늘고 길다. 등 쪽은 옅은 흑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여름철에는 호수 깊은 곳에 머물다가 수온이 차가워지는 11월경부터 얕은 곳으로 이동한다.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섭식하지만 성어로 자라는 겨울철엔 먹이활동이 왕성해진다. 빙어가 얼음 낚시의 대표 어종이 된 까닭이다.

 빙어란 이름은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전어지>에 처음 나타난다.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아 빙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호수의 요정’이란 아름다운 별칭도 갖고 있다. 마치 허공을 나는 새처럼, 반짝이는 은빛에 투명한 자태로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빙어의 삶은 짧다. 대부분 1년생이다. 생후 만 1년에 성어로 자라며 4~5월경 호수로 유입되는 하천의 얕은 물 자갈 바닥에 산란하고 나서 죽는다. 초여름 무렵 알에서 부화된 치어는 어미 세대가 그랬듯, 물속을 오르내리며 성장하다가 이듬해 봄 산란하고 죽는 일을 반복한다.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동면 소양강로 343) 조재희 연구사는 “민물고기 자원 조성과 내수면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2020년 상반기에도 빙어 6,680만 개체를 소양호와 춘천호 등에 방류했다.”고 밝힌다.
“어민들로부터 금어기인 3월경, 빙어 성체를 매입해 인공수정 후 수정란을 나무로 만든 채란상에 붙여 호수에서 부화시키는 사업입니다. 채란상 하나에 수정란 약 2만 개체를 붙일 수 있죠. 그렇게 만든 채란상은 어로금지가 된 의암호를 제외한, 춘천호 소양호 지역 어민들에게 주로 공급합니다.”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는 빙어 자원 조성을 위해 해마다 수정란 착상과 방류사업을 해오고 있다.


 빙어 수정란 방류작업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33년째 시행 중인 내수면자원센터의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다. 빙어의 경우, 자연 번식에만 맡겨두면 크기가 점차 작아지고 개체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듯’ 해마다 인공수정란 방류작업을 통한 개체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빙어는 겨울철 별미로 꼽힌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고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통째로 튀김, 조림으로 요리하며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초고추장에 찍어 날로 먹으면 엷은 오이향이 풍긴다 해서 과어瓜魚라 불리기도 한다. 여름철 호수 깊은 곳에서 몸을 키우고 겨울철이면 호숫가로 나와 온몸을 던져 맛과 영양, 얼음낚시의 즐거움까지 선물하는 빙어. 그는 아름다운 호수로 둘러싸인 우리 고장을 더욱 살맛나게 만드는 반짝이는 이웃이자 ‘겨울 진객珍客’이 아닐 수 없다.


호수에서 부화중인 채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