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낳고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다 둘째를 만나고 싶어 노력했지만 어려웠다는 나유경(온의동·48) 씨.
그래서 둘째는 출산이 아닌 입양으로 만나게 되었다.
“민재를 만나기 전까지 혹여 직접 낳은 첫째와 다른 마음이면 어쩌나 하는 원초적인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요,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태어난 지 20일이 된 우리 민재 사진을 기관에서 보내주셨을 때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첫째 임신했을 때 초음파 사진을 받아본 그 느낌과 똑같았어요.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냥 우리 아이구나 생각해 바로 전화했어요. ‘우리 아들’이라고.”
12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 둘째 육아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떠했을까?
“민재를 안고 차에 타는데... 바로 몸을 푼 엄마가 된 것 같았어요. 정말 이상했어요. 몸이 알아서 움직여지더라고요.
새벽에 쪽잠을 자며 분유를 먹이는 일상이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민재와 띠동갑인 누나는 민재가 한 살일 때 열세 살 중학생이었다.
늘 동생이 갖고 싶다고 했던 누나는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 민재를 돌봤다.
친정, 시댁 모든 가족이 민재를 너무 예뻐해 주고 응원해줘서 힘든 육아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공개입양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무엇을 숨기거나 꺼린다는 건 잘못된 경우나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잖아요.
우리 부부는 출산으로 첫 아이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입양으로 둘째를 만났을 때도 똑같이 기쁘고 행복했기 때문에 축하받고 싶었어요.”
민재와 입양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다.
공개입양은 타인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라 많이들 알고 있지만 입양 사실을 입양된 아이에게 알리는 것을 공개입양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한다.
그래서 민재가 신생아 때부터 늘 말해줬다.
“민재야, 엄마가 민재를 사랑으로 입양했어. 사랑해 민재야” 라고. 민재가 8살 때다.
“민재야 너를 낳아준 분 만나고 싶니?”라고 물어봤는데 민재가 바로 “응” 하고 대답해서 좀 놀랐다고 했다.
“그렇구나, 만나고 싶구나. 왜 그런지 물어도 돼?”라고 하자 “그냥, 나 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걱정할까 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민재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우리가 아들을 잘 키웠구나 하는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나유경 씨는 한발 더 나아가 몇 년 전부터 한국입양홍보회 강의를 다니고 있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였다. 편견이란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입양된 아이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입니다. 미혼모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열 달 동안 아이의 생명을 지켜낸 소중한 분들임을 알아주셔야 해요.
또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나라가,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함께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나 감동적인 민재네 가족 이야기 덕분에 이번 겨울은 추운지도 모르고 지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