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머무르는 곳이 바로 고향이라며 고향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박의서(신북읍·70)씨.
그는 직업과 취미가 모두 여행인 행운아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막내딸이 춘천으로 오면서 3년 전에 춘천으로 오게 됐죠. 춘천은 우선 산수가 좋고 교통이 편리해 생활 근거지로 아주 좋아요. 쾌적하고 여유 있는 도시죠.”
평생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았던 그가 더 이상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정도로 춘천 사랑에 빠져 있다.
춘천에 정착하기 전 22년을 관광공사에서 근무했고, 다년간의 근무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18년 동안 관광지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을 길러냈다.
최근엔 기행紀行과 기행문紀行文을 통한 글로벌 여행사史를 정리했다. <극한을 극복한 글로벌 고전여행>이라는 제목의 한손에 딱 잡히는 그립감 좋은 책이다.
‘기행문을 문학의 한 장르로 체계화시켜 보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오디세이아를 시작으로
유럽 고전 기행, 중세 대항해 시대, 유라시아, 중화, 한반도 등 고전 기행문을 시대별, 지역별로 펼쳐 놓았다.
여행을 뜻하는 단어로 트래블travel과 투어tour가 있다. 투어는 관광개념에 가까운 단어로 일정 기간 떠돌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동을 전제로 하는 반면 트래블은 시간적 범위를 떠난 여행의 개념으로 고통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읽었던 혹은 알고 있는 고전 여행기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라 트래블에 가까울 것이다.
책은 고전 기행문을 토대로 당시 문화, 역사, 시대상을 잘 버무려 놓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계사를 마치 입담 좋은 이야기꾼에게 듣는 것 같다.
“올 2월에 춘천 관광 해설사에 지원해서 교육받고, 12월 1일 정식 해설사가 되었습니다.”
박의서 씨는 사는 곳을 잘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춘천을 공부 중이다.
춘천의 여러 행사를 직접 다녀보고 춘천역사문화연구회원, 문화원에서 하는 구술 채록 활동에 참여하는 등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춘천은 문화, 예술, 역사, 자연 등 잠재력이 많은 도시예요. 콘텐츠를 잘 만들어 가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죠.
춘천만을 특화할 수 있는 전문 마케팅 조직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관광 분야 전문가로 춘천 관광의 지향점도 빠뜨리지 않고 일러준다.
싹 비우고 새롭게 채워 넣겠다는 포부가 담긴 ‘허당’이라는 호도 만들었다.
해설사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틈틈이 평생 잘못한 것에 대한 ‘거꾸로 쓰는 자선전’을 쓸 계획이다.
또 여행과 성性을 주제로 한 저술도 구상 중에 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계획도 많은 그의 인생 기행문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