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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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7

2019.12
#봄내를 나누다
시민 곁에 한 걸음 더 12
춘천연탄은행
“3.65㎏ 연탄으로 36.5℃ 온기를 지켜드립니다”


춘천연탄은행 직원들이 배달을 앞두고 포즈를 취했다.(사진 왼쪽부터 전상영 팀장, 손학태 탁사, 정해창 대표, 이정화 실장)



“연탄이 밥보다 더 중해.”

기름과 가스보일러가 보편화됐지만, 경제적 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겨울철 이들에게는 연탄이야말로 밥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춘천연탄은행은 에너지 빈곤층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을 전하며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면…


연탄의 무게는 공교롭게도 3.65㎏이다. 인간의 체온 36.5℃를 연상시킨다. 체온이 1℃만 내려가도 몸의 이상을 느끼기 마련인데, 연탄은 제 몸을 불태워 체온을 지켜준다. 춘천연탄은행은 이런 연탄의 미덕을 통해 생명운동을 전개하는 곳이다.


춘천연탄은행 정해창 대표는 지난 2003년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소양로 달동네를 찾았다가 충격을 받았다. 냉기가 올라오는 차가운 방 안에서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추위를 견디는 어르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탄가게에서 달동네는 배달이 안 된다고, 직접 사가야 한다는데 그분들에게는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정 대표는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떠안은 듯 고민을 하다 원주 밥상공동체의 연탄창고 이야기를 들었다. 창고에 연탄을 쌓아 놓고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게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좀 더 발전시켜 직접 배달까지 하는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2004년 10월 문을 연 춘천연탄은행은 15년간 매년 사회적 약자들의 친구이자 가족이 돼 왔다.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년 1000세대 정도가 30만~40만장의 연탄을 지원받고 있다. 연탄 배달을 돕기 위해 지원하는 봉사자도 연간 5000여 명에 이르며, 20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해 연탄 구매와 전달에 손을 보태고 있다.

춘천연탄은행이 가장 바빠지는 때는 추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즈음이다. 하지만 몸이 약한 사람은 1년 열두 달 연탄불을 피우고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춘천연탄은행은 1년 내내 문을 열어두고 있다.



주기적으로 연탄을 배달하다 보니 매번 보이던 분이 없거나 연락이 안 돼 사연을 알아보면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혼자 외롭게 지대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넘어졌지만 금방 발견이 안 돼 치료가 더뎌지는 일도 자주 있었다. 춘천연탄은행에서 연탄 지원을 받는 분의 80% 정도는 혼자 살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해 보였다.


춘천연탄은행에서는 연탄 지원 이외에 더 도움을 드릴 방법을 찾다가 반찬은행을 만들었고, 이어 밥상공동체까지 발전 하게 됐다. 김치와 밑반찬을 만들어 전달해주다가, 혼자 먹는 것보다는 함께 식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밥상을 차려드리는 것으로 확대됐다. 매일 만나서 함께 밥을 먹다 보니 이제는 서로 안부를 묻는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됐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연탄을 지원해준다는 자부심보다도 어르신들에게 받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사랑과 격려,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깊은 주머니 속에서 꺼낸 꼬깃한 용돈이나 직접 뜬 목도리나 모자를 선물해주기도 한다. 함께 먹자며 쌀이나 감을 싸주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럴 때다마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한다고.





연탄이 필요할때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하세요


연탄 지원 대상자 선정도 쉬운 일은 아니다. ‘왜 옆집은 주고, 나는 안 주나’라는 말이 들리기 일쑤다. 춘천연탄은행 에서는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을 통해 도움을 신청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역별로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 등이 신청자의 가정환경이나 생활 정도 등을 모두 파악해 전달해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잡음을 줄일 수 있다.


춘천연탄은행에서는 정부에서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연탄 쿠폰을 받는 가구 이외에도 차상위 계층 등 도움이 필요 한 가구를 찾아 다양한 도움을 전하고 있다.

15년 동안 연탄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더 이상 신규 신청자가 없을 것 같지만, 매년 신청자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춘천연탄은행은 자신들과 같은 단체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는 날을 꿈꾸고 있다. 연탄이나 석탄 산업이 사양산업이라 곧 없어지기를, 연탄을 지원받아야 겨울을 날 수 있는 에너지 빈곤층이 없어져야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탄 신청 문의 각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춘천연탄은행 후원 문의 ☎251-7141

홈페이지 http://www.cb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