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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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7

2019.12
#봄내를 꿈꾸다
봄내골 장수가게 10
철원상회
보기 드문 향신료·식자재 가득

중앙시장 사랑방 역할 '톡톡'

철원상회 since 1956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지냈고, 이제는 그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오래된 식료품 가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철원상회(대표 전광선·66)에 들어서니 요즘 유행하는 최신 아이템이 눈에 띈다. 크릴 오일과 노니 주스, 브라질너트 등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제품들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예상보다 다양한 제품에 놀라 몇 가지나 되는지 물었다.


“글쎄 나도 정확히 세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아마 1,000가지도 넘게 있을 거예요.”

전광선 대표가 지난해 주식회사 중앙시장의 사장으로 선출되면서 부인 장영숙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10평 정도의 점포는 진열대 역할을 하고 2층에는 도매·배달을 위한 박스들이 쌓여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지니의 요술램프처럼, 찾는 것이 척척 나온다. 정향과 월계수, 한천과 젤라틴 등 마트에서 찾기 어려운 수입 향신료와 음식 재료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큰 마트에서 이런 재료를 사려다가 못 사고, 오히려 마트 직원에게서 중앙시장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찾는 젊은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이곳을 처음 찾은 손님들은 가게 안을 둘러보고 모두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한다. 그리고서는 사장님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라고, 잘될 거라고 얘기하지만 장 씨는 새로운 유통방식을 도입하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철원상회는 장 씨의 시아버지가 1956년 요선시장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어 중앙시장이 생기면서 이전했다. 춘천 요선시장과 중앙시장의 부침을 모두 직접 겪어낸 곳이다. 어렸을 때부터 중앙시장에서 놀았던 전광선 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 후 가게를 이어받았다.


한때 요정이나 고급 음식점에 식재료를 공급한 덕에, 철원상회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고급 식재료를 다 갖추고 있었다. 요정은 사라지고, 음식점이 체인점으로 변해 가고, 거기에 대형마트가 늘어나면서 철원상회는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 경기가 점점 나빠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요즘은 시골 할머니들의 사랑방이 됐어요. 광판리나 발산리 등 먼 곳에서 온 할머니들은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고 나서 버스 시간이 남으면 이곳에 찾아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며 “봄이 되면 나물을 주기도 하고, 여름이면 옥수수를 가져와 함께 먹기도 한다”고. 단순한 손님과 가게주인 관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장 씨는 이 가게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요즘은 해바라기처럼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려야 해요. 비전이 안 보여요. 그래서 자식들에게 이 일을 하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장 씨는 중앙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고대하고 있다.

“중앙시장을 주로 찾는 사람들이 노년층이라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대문이나 다른 유명 전통시장처럼 춘천 중앙시장도 젊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소 I 춘천시 죽림동 중앙시장 50호

연락처 I ☎254-2260 / 010-6552-2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