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인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 민선 7기 춘천시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꾸준하게 추진해 온 2대 핵심 목표다.
누군가는 너무 이상적인 목표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실현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도 얘기한다.
3년간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씩씩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수 시장을 만났다.
Q. 민선 7기 ‘시민의 정부’는 시민주권과 지속 가능한 도시를 핵심 목표로 제시하고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시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시정을 돌아보신다면.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도 시민들은 관성적으로, 삶과 도시의 미래 사안을 행정에 맡기고 선거 때만 평가를 하셨는데요.
민선 7기 들어서는 시민의 정부에 걸맞게 시민들이 참여를 넘어서 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시민들이 직접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시정의 주인이라는 자각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시민주권의 핵심 원리인데,
주민자치위원회, 마을 총회 등을 통해 직접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전환입니다.”
「우리 안의 자원으로 행복한 도시」
Q.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도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인데요.
“도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도 살아갈 곳입니다. 미래세대를 염두에 두는 도시 설계는 기성세대의 의무입니다.
기후 위기, 코로나19 상황은 우리 이전 세대부터 누적돼 온 여러 문제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코로나 상황을 예견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전까지 행해져 온 것들에 대한 반성에서
미래세대도 안전, 안심,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제시한 것입니다. ”
Q. 지속 가능한 도시라는 방향에는 동의합니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 아니냐는 반론도 많습니다.
“지난 세대는 산업화를 위해 대규모 개발정책을 폈고, 고도성장의 결실을 본 것도 맞습니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있듯이 개발과 성장, 풍요를 위해 탄소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고 환경, 생태파괴로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인식입니다.
춘천시정부가 유별나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방식으로는 미래의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삶도 중요합니다. 어려운 시민을 위해 긴급구호, 이웃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고,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도심 상권 르네상스 사업, 지역화폐 순환 등의 정책도 함께 실행하고 있습니다.”
Q. 지구적인 문제를 시민 한 사람, 한 도시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후 위기, 환경 재앙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나와 우리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나부터 삶의 방식을 바꾸는 동시적 전환이 마을, 도시, 나라, 세계의 미래를 바꿀 것입니다.
생활 속 예를 들면, 우리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가용을 덜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시정부는 교통수단 전환을 위해 걷기 좋은 도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시내버스 이용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과 자전거가 공존하는 도로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이제부터는 도로를 차 중심, 그러니까 2차, 3차로로 볼 것이 아니라 10m, 20m 폭 중 10m를 사람이 걷는 길로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도로에 대한 관점을 바꿔서, 사람, 자전거, 꽃과 나무, 문화가 어우러지는 ‘생명과 평화의 길’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취임 초부터 1억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계십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서는 탄소 기반의 에너지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책의 핵심은 이산화탄소 감축, 전환, 흡수인데요. 에너지 자립 도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버스나 택시 등 상업용 차량뿐 아니라 승용차도 전기, 수소차 전환을 지원하고 있는데 전국 보급률이 가장 높을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춘천은 사방이 산인데 무슨 나무를 또 심느냐고 하는데요.
공장이 거의 없는데도 분지라는 지형 특성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도심 공기 질이 최악이고 열섬 현상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도심에 미세먼지 차단 숲을 대규모로 조성하고 바람길, 차로 변 도랑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정부 목표보다 빠른 2040년 탄소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부터 “이젠 돌봄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는데요.
‘우리 마을 119’ 등 마을 자치형 이웃 돌봄 시스템을 기반으로 정부의 노인 돌봄 시범도시로 선정되어
우리나라의 돌봄 체계를 혁신하는 사업이 시험되고 있습니다.
“돌봄은 누구나 겪는 삶의 문제입니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어르신 돌봄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크게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여전히 사회활동을 하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복지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도시를 이끄는 연륜층으로서 시니어, 신중년의 역할을 보장해 드리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의 제2의 삶을 지원하는 ‘춘천지혜의숲’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고요.
전문지식, 경륜, 지혜를 갖춘 은퇴 없는 어르신들의 활동은 춘천의 새로운 역량이 될 것입니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경제활동과 지역사회 공헌을 하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르신들의 벤처 창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통합 돌봄 서비스 가운데 ‘이동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어르신
Q. 사회 활동이 어려운 분들이 더 많을 텐데요.
“또 다른 분들은 노년을 준비 못 해 경제적으로 어렵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입니다.
지금까지는 아플 때까지 가족이나 요양보호사에 의존하다가 더 악화되면 요양원으로 가는 시스템이었죠.
어르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집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의탁하는 것입니다.
사시던 곳에서 더 오래 행복하게 사시는 돌봄 체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의사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진료를 하고, 혼자 식사를 챙기시는 게 여간 내키지 않으니 맛있고 안전한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는 것입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맞춤형 도시락도 공급할 계획입니다.
마을 단위로 같이 식사를 준비하는 공동 취사 공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을 이·통장님이나 자원봉사자, 이웃이 단 한 분의 어려운 이웃도 놓치지 않는 선한 이웃 사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없는 춘천을 만들 것입니다.”
Q.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인공태양’ 연구 핵심시설 조성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춘천시정부도 유치 계획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정부는 바이오산업 외에도 환경친화적인 첨단과학도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공태양은 수소융합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태양의 원리를 땅에 재현하는 최첨단 과학 분야인데요.
바닷물을 원료를 쓰기 때문에 자원이 무한하고 핵 발전에 비해 매우 안전하기 때문에 궁극의 에너지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시정부의 에너지 자립도시 정책과도 부합해 1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 계획이 확정되면 소상하게 유치 계획을 보고드리겠습니다.”
「감수성과 문화예술은 춘천의 정체성이자 성장 동력」
2025년 유니마(국제인형극연맹) 총회 및 세계인형극제 춘천 유치가 결정되자 이재수 시장과 관계자들이 환호하는 모습
Q. 올해 정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 선정에 이어 2025년 유니마(UNIMA) 총회,
즉 국제인형극연맹 총회 및 세계인형극제 유치가 성사됐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시는 남다른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춘천의 인문지리적 환경과 관련이 있는데요.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이라는 큰 두 개의 강을 끼고 살아왔습니다.
강과 호수는 춘천사람들이 갖는 감수성의 원천입니다. 그 감수성의 발견과 경험을 통해 수많은 문인을 포함한 예술가가 배출됐습니다.
또 춘천인형극제, 춘천마임축제 등 춘천을 문화예술의 도시로 각인시킨 기획자, 공연가 그룹을 자발적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감수성과 문화예술은 춘천을 춘천답게 하는 정체성입니다.
두 번째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인간은 유희하는 존재라고 하죠. 우리 안에는 원초적인 감성이 있고, 문화예술을 통해 발현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수많은 시민이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뭔가를 창작하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체험의 감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시민행복도시는 곧 문화예술도시입니다.
세 번째는 문화예술이 일자리가 되고 산업이 된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작품 활동을 하면서, 시정부의 초등학생 1인 1예 교육, 마을 창작공작소의 지도를 연결시키면 일자리가 되고요.
문화예술인을 예우하는 도시가 되면 더 많은 문화예술인이 춘천으로 이사를 올 것입니다.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저변을 기반으로 모든 장르의 공연예술 작품을 기획부터 시연까지 할 수 있는 창작종합지원센터가 건립되면
춘천이 공연예술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Q.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도 시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입니다.
안전, 안심한 먹거리, 농업 바이오 등의 산업화 추진 성과를 들려주세요.
“시민의 정부는 농업을 시정의 으뜸으로 둔 최초의 시정부입니다.
생산부터 밥상까지의 전 과정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길러 함께 잘 먹자는 것입니다.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안전하고 안심한 먹거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올해부터 관내 모든 학교에 급식 식자재를 공급합니다.
공공 급식의 식자재 공급은 생산의 안정화를 가져옵니다.
‘자립형 지역 먹거리 선순환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입니다.
소비자 역시 내 아이가 먹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 농업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서로 간의 ‘신뢰’는 우리 지역을 건강하게 하고, ‘먹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예우」
Q. 3년의 시정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아보신다면.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게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는 놀이터를 만들어 줄 순 없을까.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부모, 놀이터 기획자분들이 논의하고 논의해서 전혀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거두리 큰골공원에 조성한 잼잼놀이터입니다. 개장하던 날, 아이와 부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넓은 도로를 내고, 유수한 기업을 유치한 성과보다 제대로 된 놀이터가 생긴 게 시민의 정부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1호에 이어 2, 3, 4호까지 계속 늘려 갈 것입니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위해 휠체어 장애물을 없애고, 장애인도 즐기는 카누를 전국 최초로 개발한 것도
크게 비치지는 않지만 더할 나위 없는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Q. 마지막으로 시민께 전할 당부의 말씀은.
“공적, 사적으로 의견을 들을 때면, 눈에 띄는 대형 프로젝트나 개발에 대한 요구가 많습니다.
해 놓은 게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꽤 듣습니다. 사실 시민의 정부가 하는 일은 시간이 걸립니다.
성과 중심의 치적에 대한 압박도 받습니다만, 시민의 안전, 평화로운 일상, 미래세대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일을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숙의 시스템,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니는 길, 도심에 나무를 심는 일,
춘천 농산물에 생산자 인격을 부여해 소비자가 그 애씀에 감사하고 안심하게 먹는 구조를 만드는 일,
시민들이 이 동네에서 살아온 기억을 마을 역사로 기록하는 일 등은 소소하게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새로운 전환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 믿습니다.
그런 일을 지난 3년간 일관성 있게 해 왔고 뿌리내리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종의 모살이 기간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몇 년, 시민의 주인 됨으로, 시민의 자긍심으로 기성의 방식을 바꿔 나간다면 춘천은 어느 지역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강한 도시가 될 것입니다.
시민이 곧 춘천입니다.”
(좌)아이들의 상상력으로 거두리에 만든 새로운 형식의 잼잼놀이터
(우)춘천이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현판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