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 장서연, 김온비(봉의고 2학년)
멘토 유예주 바이올리니스트
고등학교 2학년 서연이와 온비는 바이올리니스트가 꿈입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기 위해 주 1회 개인레슨을 받고 있으며 시립청소년교향악단 활동도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두 친구의 꿈을 응원해주기 위해 춘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만남의 자리에 앞서 두 사람은 시립청소년교향악단 친구들과 함께 우예주와 뉴욕친구들이 진행하는 꿈나무 뮤직캠프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습니다. 마스터클래스는 춘천문화예술회관 무대와 시립청소년교향악단 연주실에서 진행됐습니다. 객석이 아닌 무대에서 우예주와 뉴욕친구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모차르트의 곡을 함께 연주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습니다.
(왼쪽부터 온비, 우예주, 서연)
온비 I 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후학을 양성하고 싶어요. 평소에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서연 I 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데 요즘 무대 공포증이 많아져 음악 선생님으로 진로를 바꿀까 고민 중입니다
우예주 I 무대에서 떨리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야. 연습이 덜 되었거나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거나.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우선 내가 즐겨야 해. 나는 무대에 설 때 항상 나에게 보상하는 마음으로 서. 힘든 연습 이겨내고 무대에 섰으니 실컷 즐겨보자. 나 자신을 칭찬하고 기특해하는 마음으로 임하지.
서연 I 연습이 덜 되어서 떨릴 때는 어떻게 하나요?
우예주 I 대부분은 완벽하게 준비해서 올라가지. 내가 연주하는 곡에 대해 충분한 해석과 고민을 마쳤으니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 그런데 갑자기 잡힌 스케줄이라든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습이 덜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서야 될 때도 있어. 그럴 때는 나도 경직되고 떨리는데 너무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해.
서연 I 실수를 할까 봐 더 떨리는 것 같아요.
우예주 I 실수 좀 하면 어때? 다음에 고쳐서 더 잘하면 되잖아. 사실 무대에서의 실수는 크게 리스크가 없어. 수술하는 의사들이 실수를 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점프를 하다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지만 우린 그런 리스크는 없잖아.
온비 I 저는 섬세한 연주가 필요한 피아니시모를 연주할 때 활이 너무 떨려서 항상 고민이에요.
우예주 I 사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긴 해. 섬세한 소리를 내려고 하다 보면 손도 몸도 경직되는 순간들이 많지. 그러다 보면 손에 더 힘이 들어가고 활을 꽉 잡게 돼서 오히려 더 떨림 증상이 오는 거야. 집에서 연습을 할 때 활이 떨어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아주 가볍게 활을 긋는 연습을 매일 5분이나 10분 정도 해 봐. 활을 현 위에 올려놓고 그 무게만으로 소리를 낸다는 느낌으로. 어깨가 올라가지 않았는지 손 자세는 좋은지 계속 거울을 보면서 연습해 봐. 트릭을 쓰는 방법도 있긴 해. 활이 너무 떨린다 싶을 때 바이올린을 조금 쓰윽 올리는 거야.
서연 I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세계적 무대에 서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예주 I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꾸준히 하다 보면 그 길에 닿을 수 있겠지. 그런데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은 여러 가지야.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그 길만이 가장 성공한 길이라 생각하는 게 문제지. (웃으며) 우리나라가 특히 더 그런 것 같아.
나는 콩쿠르에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어. 물론 콩쿠르에서 잘 되어서 크게 되는 친구들도 있지. 이번에 같이 온 뉴욕친구들 중에 콩쿠르서 좋은 성적 거둬서 좋은 결과를 얻은 친구도 있어. 그런데 다른 길을 추구하는 친구들도 많아. 케서린은 앙상블을 좋아해서 항상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는 걸 즐겨. 또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걸 좋아해. 케서린 바이올린 케이스를 보면 엄청 큰데 바로크 바이올린을 같이 넣어 다녀서 그래.
비올리스트 네이튼은 음악으로 소외된 계층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해. 그래서 미국 전역의 수용소에서 클래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악기를 하면 꼭 솔로이스트가 되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최고의 영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직 그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
서연 I 갑자기 고민이 해결된 느낌이에요. 아까 수용소 프로젝트를 한다는 친구처럼 저도 뭔가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너무 기뻐요.
우예주 I 아까 온비도 후학 양성에 관심이 있다고 했잖아.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야. 내가 하고 있는 악기를 통해서 내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좋아. 그래야 내가 덜 힘들어.
서연 I 바이올린을 좋아하는데 연습을 하기 싫을 때 바이올린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 되요.
우예주 I 연습은 어쩔 수 없어. 바이올린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잖아. 운동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연습 없이 되는 건 없잖아. 힘든 걸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해. 나도 19살 때 슬럼프가 온 적이 있어. 연습도 짜증나고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있었지. 그런데 힘든 걸 계속 해야 내 마음이 편한 것 같아. 힘들다고 안 하는 게 더 괴로워.
온비 I 그걸 아는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예주 I 그리고 연습을 하다가 정 힘들면 악기를 놓고 다른 연습을 해도 돼. 악보를 보면서 곡 해석을 하며 마디마다 어떤 느낌으로 하면 좋을지 상상을 하는 거지. 아까 비발디의 사계 가을을 연주할 때도 계속 상상을 하면서 연주했어. 트럼펫도 생각하고 비틀거리는 농부도 생각하고.
연주하는 사람이 충분히 곡 해석이 된 상태에서 연주를 해야 관객들에게 감동이 전달돼. 아무 생각 없이 악기만 들고 네다섯 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악기 연습 두세 시간 하고 한두 시간은 악보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곡 해석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서연 I 바이올린을 좋아하는데 연습하기 싫을 때도 많아서 고민이었는데 오늘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연주가 정말 좋았어요. 평소에는 객석에서 보는데 무대에서 보니까 소리도 잘 들리고 무엇보다 표정이나 몸짓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던 거 같아요.
온비 I 평소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하는 분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인생에서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래야 인생이 즐거울 것이다.’ 음악 꿈나무 뮤직캠프에서 우예주와 뉴욕친구들이 청소년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메시지입니다. 서연이와 온비가 바이올린을 통해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기 바랍니다.
<너의 꿈을 응원해>에 함께하고 싶은 중·고등학생과 이들의 멘토가 되어 줄 직업인들은 봄내편집실로 문의 바랍니다.
문의 ☎250-4170
우예주와 뉴욕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우예주는 춘천 출신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다. 아홉 살인 1997년 뉴욕 맨하튼 음대 예비학교를 입학하여 현대 음악의 거장인 알버트 마르코프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16세인 2004년 카네기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움에서 파가니니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 카프리스’를 완주하여 일곱 번의 커튼콜과 ‘뉴욕이 놀랐다’는 평을 받았다.
맨하튼 음대 학사, 줄리아드 음대 석사, 바드 대학 최고 연주자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 부룩 캠퍼스에서 박사과정에 있다.
2013년 제1회 ‘뉴욕 in 춘천 페스티벌(NYCC)’을 시작으로 뉴욕의 젊은 아티스트 친구들과 7년째 춘천을 찾고 있다. 2013 년 5월 스승 알버트 마르코프 교수가 춘천 작가 김유정의 「5월 의 산골작이」를 모티브로 고향 춘천의 정서를 담은 ‘코리안랩소디’를 작곡, 우예주의 바이올린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을 했는데 이것이 ‘뉴욕 in 춘천 페스티벌(NYCC)’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2016년 5월 춘천시는 그들을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