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쌀쌀한 춘천의 초겨울 바람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온 수넷(Sunette Labuschagne, 43·후평동)에게는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여 “춥지요?”라는 계절인사도 잊었다.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수넷. 수넷은 남아공에서 한국에 온 지만 10년, 춘천에 온 지 6년 차인 외국인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과 인연을 맺은 수넷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넷은 남아공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했던 경험을 살려 아시아 학교 쪽으로 일을 찾다가 한국으로 오게 됐다.
“한국과 관련해 아는 것은 ‘현대차’, ‘북한’ 딱 이 두 단어였어요. 대만, 중국, 필리핀 등등 많은 곳을 알아보는 중에 정말로, 정말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정말 인연이란 말이 맞아요. 강원도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가 된 후, 첫 발령이 홍천으로 났어요. 4년마다 강원도에서 발령을 받아요. 그리고 두 번째 발령지인 춘천으로 오게 됐어요. 행운이었죠.”
후평초등학교와 동부초등학교를 거쳐 현재는 성림초등학교와 광판중학교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먼 타지에서 와서 가족들이 그립지는 않을까?
“방학 때 가족들을 만나요. 그리고 한국에 좋은 친구들 많아요. 바빠요 저. 하하하”
시간 나는 틈틈이 여행을 다닌다는 수넷은 자가 운전으로 한국 국내 여행도 많이 다니고 패키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있다고.
“춘천의 모든 곳이 좋아요. 등산과 자전거는 언제나 할 수 있어요. 자전거길 정말 사랑해요. 삼악산, 봉의산 너무 좋아요. 집 근처 봉의산을 자주 다녀요.”
수넷을 봄내지에 추천해준 사람은 춘천시 흰여울여성합창단 지휘자 이경희 씨다. 춘천시의 다양한 지역 문화활동에 참여하여 봉사하는 흰여울여성합창단은 외국인인 수넷이 3.1절, 광복절 등의 행사에 늘 기쁘게 참여 해주는 마음이 고마워 추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넷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냐고 물었다.
“한국의 역사를 존경해요. 정말 대단해요. 0에서 100을 만든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 어려운 과정을 겪지 않고 100을 누리고 있어서 그 소중함을 다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조상들이 어렵게 일군 그 과정을 잘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현재 누리는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지킬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역사를 가진 한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기뻐요”라고 전하는 외국인 수넷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부끄러움보다는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냥 지금처럼 지내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지금처럼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오래오래 지내고 싶어요. 비자, 영주권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조금 있어요. 때마다 갱신을 하는데 내년부터는 조금 바뀔 것 같아요. 그래서 당장 어떤 준비를 할 수는 없어요. 기도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지금처럼 살게 해주세요.”
대한민국은 매우 안정적인 나라이며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수넷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