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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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5

2021.6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살아가면서 이 정도 고생은 어려운 일도 아니죠, 아닌가요?"
시어머니 봉양, 장애 아들 돌보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주부 가장' 이명희 씨

 

 강원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 소속 환경미화원 이명희씨(49·신북읍)는

5월 7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효행자孝行子로 선정돼 춘천시장 표창을 받았다.

추천자는 대한노인회 춘천지부장으로 이씨에 대한 공적 조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상기인은 현재 83세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시모와 심한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돌보고 있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가정살림을 책임지고 있음.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희생과 사랑으로 시모와 자녀를 보살피고 이웃사랑 봉사에도 참여하는 등

많은 이의 본보기가 됨으로 효행자 표창을 추천함.'

시상식을 마친 이명희 씨를 행사장에서 잠깐 만났다. 고단해 보이리라는 예상과 달리 미소가 깃든 밝은 표정이었다.

‘‘상을 받은 것은 생전 처음이에요. 당연한 일을 했는데도 상을 받으니 좀 쑥스럽지만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경북 문경 출신인 그는 2002년 친지의 소개로 만난 춘천 남자와 결혼해 춘천살이를 시작했다.

남편은 건축공사 등에 필요한 창호나 섀시 등을 제작하는 기술자였다.

"그 시절엔 서른 살 넘으면 노처녀 취급을 받아 떠밀리듯 결혼을 했죠.

남편은 외아들이었고 시부모님도 외며느리인 저를 잘 대해주셨어요.

연애가 아닌 중매로 만났기에 결혼 생활은 좀 덤덤한 편이었죠."



 신북읍 발산리에서 농사를 짓던 시부모와 함께 살았는데,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남편에게 문제가 생겼다.

도박에 빠져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2005년 출산한 아들은 발달장애를 앓았다.

남편은 그 무렵 집을 나가 버렸고, 살림살이 형편은 갈수록 나빠졌다.

생활비·도박 빛 등으로 시부모님이 갖고 있던 땅도 하나하나 팔아 치워야 했다.

경제활동에 나서려 해도 시부모 봉양과 장애를 가진 어린 아들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10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시어머니와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 가던 그는 201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생활 전선에 나섰다.

이불집, 식당 등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남다른 성실함을 눈여겨본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3년 전 현재의 직장에 취직했다. 한 달 수입은 200만 원 정도.



 "남편은 가정엔 소홀했지만 마음이 여린 사람이어서 미워하지도 못해요.

경기도 어디선가 노동일 하면서 지낸다고 하는데, 어머니 뵈러 몇 달에 한 번씩 들릅니다.

15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루 아침에 바뀌긴 어렵겠죠." 우리네 삶을 이끌어 가는 궁극적인 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혹은 희망일 것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양육,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 수발, 그리고 직장 생활이라는 3가지 일을 묵묵히 해내 온 ‘슈퍼우먼’ 이명희 씨.

그의 희망은 소박했지만 긍정의 에너지가 넘쳤다. “어머니가 더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남편도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으면 해요.

무엇보다 아들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하루하루 행복합니다.

다들 힘들겠다며 저를 위로하지만, 살아가면서 이 정도 고생은 어려운 일도 아니죠,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