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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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1

2021.2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땅을 쓸면 재물이 생기고, 넉넉한 마음에 만복이 깃든다’
해마다 100만원씩 5년간 장학금 기부해 온 환경미화원 이상득 씨

"환경미화원이란 직업에 늘 감사한다."는 이상득 씨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란 문구가 있다.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열린 문으로 만복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추구>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생활 주변을 늘 정돈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추면 만사형통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일 게다.
 환경미화원 이상득 씨(55·후평동)의 삶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거리 청소라는 그의 업무와 남다른 마음씀씀이, 그리고 화목한 가정 분위기 등이 묘하게 서로 겹쳐졌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5시경 출근해서 6시부터 10시까지 효자1동 일대 간선도로 주변을 쓸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주택가 골목길 쓰레기를 청소하는 게 그의 하루 일과다.
 “어스름 새벽부터 청소를 시작해 동틀 무렵 깔끔해진 거리를 뒤돌아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의 빗질이 다른 사람들의 상쾌한 아침을 만들어내잖아요? 그게 가장 큰 보람이죠.”
 바퀴 달린 네모난 철제 쓰레받기와 대빗자루, 쓰레기봉투가 그의 작업도구다.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5일 근무하며, 한 달에 1회꼴로 주말에도 일한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소속으로 7년째 재직 중이다.



-지난 5년간 해마다 장학금 100만 원씩을 기부하셨더군요.
 “쑥스럽고 민망합니다. 익명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담당자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됐네요.”
 그는 지난해 11월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써 달라며 100만원을 근무지인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지난 5년 동안 장학금 500만원을 남몰래 기부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네를 매일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렵게 사는 학생들이 특히 마음에 걸렸어요.

작게나마 장학일을 해보자, 그런 생각을 했죠. 저도 청소년기를 힘들게 보냈고 이웃의 도움을 받았던 적도 있었기에….”
 1966년 약사동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마친 후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부천 등지 공장에서 일하다가 귀향, 22살 때부터 사북면 고성리 소재 목재가구 제조업체인 (주)대한기업에서 27년 동안 근무했다.

 “공장장으로 일하던 40대 후반 퇴직했죠. 당시 두 아들이 고등학생 때였는데,

정년이 보장되고 학비 지원 등 복지혜택도 있어 환경미화원 공채에 응모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부끄럽기도 했었죠. 춘천에서 50년 넘게 살았으니 아는 얼굴들이 많고….”
 하지만 전직의 계기였던 두 아들의 ‘건강한 성장’은 환경미화원이란 직업에 대한 감사와 자부심의 바탕이 되었다.

첫째 아들은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 장학생으로 경남대 군사학과를 거쳐 현재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목회자를 꿈꾸는 둘째 아들 역시 장학생으로 성결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엷은 미소를 띤 채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 나가는 그에게서 겨울햇살 같은 평온함이 느껴졌다.

기독교 신자인 그가 <성경> ‘시편’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구절을 즐겨 암송하는 이유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집안 청소도 하시나요?
“(미소)퇴근해 집에 가면 청소도 하고 밥도 하죠. 아내가 저녁 때 동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