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일도 재미난 일도 참 많아.
그래도 나는 우리 마을이 좋아.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지.
땅으로 바람으로 돌아가는 거지.
얼마나 좋아
한 할머니가 편안한 모습으로 우릴 보고 웃고 계십니다. 책장을 넘기면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요. 함께 들어볼까요? 일곱 살 때부터 밥하고 나물 뜯고 모시 삼고 빨래하고. 스무 살이 되어 아래뜸 총각과 결혼해서 자식들과 바글바글 고생고생하시며 사신 이야기. 농사짓고 가축들도 가족처럼 돌보며 생겼던 재미난 기억. 그리고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도 빼놓지 않고 들려주십니다.
봄에는 산딸기 물앵두가 열리고 여름에는 마을 느티나무 정자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모습. 깜깜한 밤, 등이 오싹해지는 요상시러운 소리들과 밤하늘의 별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제는 늙어 만사가 귀찮다는 할머니의 모습과 도시로 떠난 자식들이 보고 싶어 우셨다는 울보 영감님 이야기까지. 하지만 지금은 마을에 빈집이 늘어가는 것이 할머니는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한평생 살아오신 이 마을이 당신께서 있을 곳이라고 하십니다.
김병하 작가의 『우리 마을이 좋아』는 부여 송정 그림책마을에서 어르신의 이야기를 모아 입말 그대로 글로 옮긴 그림책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감동의 이유는 내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아닐까요? 서로의 경험과 살아온 환경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기에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때론 가슴 먹먹해지는 것 같습니다.
살며 힘든 일도 많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많은 것. 그것이 인생 아닐까요?
각자의 인생에서 겪는 희.로.애.락.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훗날 뒤돌아봤을 때 각자의 삶은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