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아래, 만삭의 몸 풀어낸 들녘이 길게 누워있고 윤창원(46), 이승윤(45) 씨네 소박한 보금자리에도 평온이 내려앉았다.
올해 초, 경기도 의정부에서 교사로x 근무하던 부부는 1년간의 휴직서를 내고 산골살이를 시작했다. 남매의 산골학교 유학생활에 함께하고 싶어서다.
창원 씨네 가족이 고탄리와 인연을 맺은 건 6년 전. 평소 아이들 교육에 고민이 많았던 부부는 ‘내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첫째 주은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알게된 ‘별빛산골교육센터’의 여름방학캠프에 아이를 참가시켰고 산골생활을 경험해 본 딸의 반응이 좋아 3년 연속으로 방학캠프에 참가했다. 3학년이 끝나갈 무렵, 부부는 주은이의 산골유학을 신중히 고민했다.
고학년이 되면서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갔고 함께 뛰어놀 친구를 찾아 여기저기 배회하는 딸 아이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캠프에서 계속 만나왔던 딸의 친구도 마침 고탄리로의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 함께 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주은이의 산골생활은 4, 5학년까지 이어졌고 시골학교의 매력에 푹 빠진 아이가 송화 초등학교에서 졸업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커가는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던 부부. 그러나 시골이다 보니 막상 이사 올 빈집이 없었다. 고민 끝에 주민들과 센터의 도움으로 마을회관 2층에 짐을 풀었다.
“이곳에선 오로지 아이들만 볼 수 있어 좋아요. 무엇보다 아침이 여유로워졌지요. 도시에서 맞벌이생활 할 땐 분, 초 단위로 나눠 쓸 정도로 바빴거든요. 아이들 덕분에 감자꽃이 이렇게 예쁜 걸 처음 알았어요. 둘째 태영이도 송화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 아주 건강한 유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곡에서 물고기 잡고 신나게 돌미끄럼틀도 타면서요.”
엄마 승윤 씨가 미소 띤 얼굴로 말하자 송화초등학교 학생회장인 주은이도 밝은 목소리를 냈다.
“친구들과 트럭이나 경운기를 타고 밭에 나가고 목공실에서 직접 책상도 만들어요. 이곳의 생활은 모두 도시에선 경험해볼 수 없는 것들이에요. 특히 2년 동안 홈스테이했던 농가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구나무에 그네도 만들어 태워주시고 저까지 4명의 아이들을 친손주처럼 돌봐주셨죠. 나중에 커서도 계속 찾아뵐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