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아니 ‘살랑살랑’ 낭창낭창하게 걷고 있는 사람들. 허술한 듯하면서도 과장된 몸짓이 우습기도 하지만 허리를 곧게 세우고 발끝에 힘을 모아 걷는 모습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부시장 2층 택견 도장에 대여섯 명의 수련생들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택견에는 보법(step)이 얼마나 자유로운가가 많은 걸 좌우해요. 이런 보법을 궁실, 능청이라 부르죠. 단계마다 달라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태권도가 절도라면 택견은 부드러움이라 할 수 있죠. 택견도 무예의 일종이지만 강함으로 승부를 내는 여타의 무예와는 차별화되었으면 해요.”
최지웅 관장(51)은 택견을 통해서 ‘강함을 보여주기 위한 승부’가 아닌 상생공영의 철학을 보여준다. 택견은 율동적인 동작으로 엄청난 유연성과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맨손무예로 고구려 시대부터 있었던 우리나라 무예의 근간이다. 씨름, 국궁과 함께 3대 국기 중 하나였다. 단오 때나 추석 때처럼 큰 명절에 시연하는 모습을 왕이 직접 관람했을 정도라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태권도에 밀려 있다. 하지만 2011년 무예로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택견을 하기 전에 태권도, 격투기 등 많은 운동을 했었죠. 우연히 동네벽보에 ‘무술인가 춤인가’라고 써 있는 벽보를 보게 되었어요. 그걸 뜯어서 집에 가서 붙여 놓고 이게 뭔가 하고 한참 들여다봤죠. 보니까 우리나라 전통무예라고 써 있는 거예요. 무작정 찾아가 시작하게 된 게 1996년도죠. 어설프게 배우고 싶지 않아 그날부터 먹고 자고 청소하고 빨래해가며 배웠어요. 그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죠.”
흔치 않은 택견 입문기이자 수련기다. 익산에서 나서 서울에서만 생활하던 그가 춘천 택견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1997년 춘천으로 오게 된다. ‘덜 활성화되어 대중적이지 못한’ 택견을 선택한 녹록지 않은 택견인의 삶을 최 관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택견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자세가 바로 잡힌 후에 해야 하죠. 속 근육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택견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저는 수련생들에게 걷기를 가장 먼저 하라고 가르칩니다. 자세를 정확히 해 몸을 푼 다음 강화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최 관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부복지관과 북부복지관의 실버 시연단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이기는 것보다 자세를 먼저 가르치는 것으로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요가도 해보고 수영도 해봤지만 택견이 제일 좋아 택견장에 오는 길이 설렌다’는 어느 수련생의 말이 사뿐사뿐, 살랑살랑 귀에 들어온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괜히 걷는 자세가 신경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