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는 모든 것이 있다. 정보, 지식, 오락은 물론 가짜 뉴스까지-. 컴퓨터 자판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손가락’을 찾아보았다. ‘우두둑하면 손가락 굵어짐?’, ‘손가락 휘슬 부는 법’, ‘요리하다 손가락 다쳤는데 남편 반응이..!?’, ‘손가락 마디 통증 치료’ 등 손가락과 연결된 자료가 끝없이 나온다. ‘나온다’를 검색했다. ‘뱃살 나온다’, ‘명당에서 대통령 나온다’, ‘통조림에서 미녀 나온다’(일본 드라마) 등 무한한 ‘나온다’가 쏟아진다. 현생인류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유튜브다.
350만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한국 요리 채널 ‘망치’(Maangch) 운영자 김광숙 씨(뉴욕 거주). ‘닭강정’ 요리는 650만 뷰를 돌파했다.
기대수명을 150살로 정한 나는 인생 중반(?)을 연주자로 살기 위해 해외유학을 생각했다. 60대 중반에 유학이라니 이 얼마나 짜릿한가. 인공지능 전문가 김진형 박사와 저녁을 같이했다. 유학 이야기를 했다. 박사의 답이 의외였다.
“유튜브로 공부해라.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유튜브에 넘쳐난다. 이공계는 개인이 실험실을 갖출 수 없으니 대학을 간다지만, 역사, 문학, 철학, 신학, 수학, 어학 등 인문계통은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 더구나 공짜 아니냐.”
아침이면 유튜브로 재즈나 판소리 혹은 지구 저 편의 음악 등을 틀어 놓고 두어 시간 정도 악기 연습을 한다. 외부 일이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한다. 밥 먹을 때는 영어로 진행하는 일본어 강좌를 듣는다. 쉬는 시간이면 우리 근현대사, 일본 근현대사, 전쟁사, 뇌 과학, 미래학, 양자역학, 우주물리학 강의를 집중적으로 듣는다. 이로써 삶의 지평을 넓히지만 우선하는 것은 재미다.
유튜브에는 강의 공연 영화 코미디 요리 섹스 금융 종교 국제정세 농사 꽃 커피 동성애 반려동물 캠핑 목공 자전거 감기 잠버릇 계약서 … 엽기, 살인, 폭탄 제조도 있다. 연예 음악 스포츠 인물 뉴스 등은 태산보다 큰 자료가 매일 오르고 있다. 내가 올린 것만 해도 며칠을 봐야 한다. 공연 자료와 강의들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올린 나에 관한 자료도 많다. 한번 올린 콘텐츠는 영원히 지속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도 유튜브를 통해 해결한다. 계란이 너무 많은데 어찌할까? 왼눈이 자꾸 가려워요, 고양이가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장갑이 한 짝밖에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일상의 ‘문제해결’(How to)이 ‘자동차’, ‘여행’, ‘영화감상’보다 많다. 지난해 미국의 '좋아하는 연예인' 조사에서 6위까지 유튜버가 차지했다. 핀란드 인기 연예인 20위에는 유튜버가 12명이나 된다. 게임 진행 유튜버 ‘도티’가 국내 초등생 상대 ‘닮고 싶은 인물’에서 이순신 장군을 앞섰다. 결
국 방송과 신문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아니 방송과 신문도 유튜브로 본다.
유튜브 로고 변천사
유튜브로 피아노를 독학, 카네기홀에 선 피아니스트 김지은 양(2011)
현재 20억 명이 넘는 유튜버가 매일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생산/소비하고 있다. 중국인구보다도, 전 세계 기독교인보다도 더 많은 인구가 자발적으로 종속된 것. 유럽 인구의 세 배 정도 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업로드된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의 55%가 크리에이터 몫이다. 국내의 경우, 광고 조회 1회당 1원 정도가 된다. 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면 월 5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이 뭉쳤다.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경쟁 작품을 분석하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고심한다. 조명, 음향, 촬영 등에서 최고 장비를 활용한다. 내용과 질의 향상 속도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인류를 지배하는 주체가 종교(제정일치사회), 국가(전제주의사회), 자본(식민제국주의 이후 산업사회)에서 유튜브로 전이되고 있다. 20세기까지의 지배 수단은 전쟁이었다. 그러나 유튜브 제국은 전쟁을 통하지 않고 인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더 큰 세상과 만나게 한다. 여기에는 권위적이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누구나 유튜브 세계에서 놀 수 있다.
그러나 인간보다 돈을 우위에 두는 자본주의의 산물이기에 그런가? 최근 광고의 정도를 올려 유튜브 중독자(?)들을 짜증나고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월 7,900원(부가세 포함 8,690원)을 내고 광고 없는 ‘프리미엄’에 가입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그래서 몇몇 게릴라(?)들이 광고를 보지 않고 유튜브를 즐길 수 있는 앱을 개발/공유하고 있다. 이에 유튜브가 제소했다가 패배했다. 인류는 유튜브로 인한 삶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음악과 명상에 대한 8권의 저서가 있다. 향상된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연구한 <미래예술은 어떤 모습일까>를 집필 중.
김진묵악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