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대성운> 사진 김호섭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서서 한파가 몰아치면 몸 은 움츠러들게 마련이지만 별쟁이들은 오히려 추 위를 반기기도 한다. 겨울철에 대륙성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기온은 내려가지만 그만큼 습도가 낮고 투명한 하늘이 펼쳐질 확률이 높다. 추울수록 별이 잘 보인다는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 두자.
이러한 점은 다른 계절도 마찬가지다. 일교차가 크고 어제보다 기온이 내려가는 날은 대부분 별이 더 잘 보이는 날이다. 그리고 눈에 쉽게 띄는 1등성은 겨울철에 가장 많이 보인다. 그만큼 겨울철 밤하늘은 다른 계절에 비해 별자리도 더 잘 보이고, 모양을 그려보기도 쉬운 편이다.
마차부자리(Auriga)
겨울철이 다가오는 11월쯤 저녁에 동북쪽을 바라보면 밝은 별 하나가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겨울철의 시작을 알리는 마차부자리(Auriga)의 카펠라(Capella)라는 1등성이다. 카펠라를 시작으로 대략 5각형의 별이 구성되어 있는지 찾아보자. 카펠라에 비해 나머지 별들은 2, 3등급 정도의 어두운 별들이므로 잘 봐야 하지만 일단 찾으면 의외로 계속해서 잘 보일 것이다.
마차부자리는 별자리 중 비교적 찾기 쉬운 별자리에 속한다. 카펠라는 어린 암컷 염소를 뜻하는 라틴어이며 북반구의 밤하늘에서 네 번째로 밝은 거성이다. 지구로부터 약 40광년 거리의 비교적 가까이 위치한 별인데 육안으로 보아도 노란 색깔을 구분할 수 있다.
황소자리(Taurus)
마차부자리 바로 우측에 있는 별자리가 황소자리(Taurus)다. 황소자리에는 알데바란(Aldebaran)이라 부르는 밝은 적색거성이 있는데, 붉은 색감이 두드러진 알데바란은 1등성이라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황소자리는 알데바란을 포함하여 5개의 별이 V자 형상을 하고 있다.
알데바란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의 별은 3등급 별이므로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도시에서 조금 떨어지면 희미하긴 해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 V자 형상이 황소의 머리에 해당하며 알데바란은 ‘황소의 눈’으로 이해하면 된다. 황소자리 별자리를 형상화하면 황소의 머리와 어깨 정도만 표현된 별자리다.
황소자리는 알데바란이라는 적색거성보다 플레이아데스 (Pleiades)라고 부르는 밝은 산개성단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없는 맑은 날밤,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보면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듯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산개성단이다. 우리 이름은 ‘좀생이별’ 성단이다. 황소자리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유로파 Europa)를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신이 변신한 흰색 황소의 모습이다.
오리온자리
오리온자리(Orion)
겨울철 별자리 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선호도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 오리온자리다. 사각형의 네 귀퉁이 별과 중심부에 ‘오리온벨트’ 또는 ‘소삼태성’이라 부르는 나란히 놓인 세 개의 별 때문에 어떤 별자리들보다 식별하기가 용 이하다.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이라고 해도 그 밝기가 어두운 별도 많다.
그러나 오리온자리는 특이하게도 베텔게우스와 리겔이라고 하는 매우 밝은 1등성을 두 개나 끼고 있어 더욱 시인성(visibility, 視認性)이 좋은 별자리다. 완벽한 1등급 별을 두 개나 차지하고 있는 별자리는 사계절 통틀어서 오리온자리가 유일하다.
오리온자리 중심부에는 아기별들의 요람인 오리온대성운이 자리하고 있다. 중심부는 매우 밝아서 소형망원경으로도 잘 보이는 성운이다. 오리온성운을 망원경으로 보면 중심부의 온도가 높은 곳은 매우 밝아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으며, 그 중심부에는 트라페지움이라고 부르는 어린 아기별들을 볼 수 있다.
큰개자리
큰개자리 (Canis Major)
오리온자리 오른쪽 아래에는 낮게 떠오르는 큰개자리가 있다. 큰개자리는 오리온이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라는 이야기가 정설로 되어 있는데 큰개자리에 있는 시리우스라는 밝은 별은 두 가지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시리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금성의 밝기가 시리우스보다 더 밝지만 금성은 별이 아니고 행성이므로 제외하면 태양과 같이 스스로 타는 별(항성) 중에서는 시리우스가 가장 밝다. 두 번째 시리우스가 그토록 밝은 이유는 시리우스가 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북반구 기준으로 지구로부터 8.6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별이기 때문이다.
지면 관계상 겨울철 밤하늘의 중요한 별자리 몇 개만 살펴보았다. 앞에서 설명한 몇 개의 별자리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멋진 밤하늘이 바로 겨울밤이란 점을 기억하자.
연재를 마치며
1월호부터 시작한 별별이야기는 이번 12회차에서 마칩니다. 별이야기의 소재는 사실상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열두 번의 이야기는 사실 수박 겉핥기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칼럼을 읽고 호기심이 생겼다면 주저 말고 필자가 일하는 청소년수련원 별관측소를 찾아주기 바랍니다. 함께 별을 보고, 우주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별관측소’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별쟁이 필자는 늘 시민들 곁에서 별과 함께 머물 것입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별관측소에서 나누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