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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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1

2021.2
#봄내를 꿈꾸다
2030 춘천일기
내 인생이 한 편의 책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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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petit._.a


"혼자서 춘천의 이곳저곳을 들르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그럴 땐 꼭 책을 지니고 다녔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책 속 좋은 구절을 발견하는 것은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습니다."


 춘천이 한 편의 책일 때, ‘문학’을 지우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없다.

한국 단편소설의 한 획을 그었던 김유정을 비롯해 수많은 문인이 이곳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 속에서 문학은 늘 춘천을 바라봤다.
 소설 ‘동백꽃’을 국어 문제로 먼저 접하던 내가 어엿한 춘천의 대학생이 된 지 벌써 오래다.

그러나 많은 문인과 작품이 나고 자란 고장에 살아도 문학의 낭만은 내게 사치였다.

이제껏 나는 성공한 위인들과 칭송받는 문인들의 글을 읽으며 삶의 가치와 자아를 빚어 왔다.

주로 전공 서적을 읽는 대학생 신분의 나에게 책이란 대단한 지식의 일방향 소통에 그칠 뿐이었다.

때문에 내가 문학의 수신자로만 머무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대학생으로 가장 집중해야 하는 일은 스펙 쌓기였고 남은 시간은 모두 아르바이트의 몫이었다.

변치 않는 매일의 굴레 속에서 나는 자주 불행했다. 내 삶은 청춘의 구석에 박혀서 먼지로 칠갑을 두른 깡통 캔 같았다.

젊음의 기한이 다할 때까지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못하는 불쌍한 봉인. 그러다 빛이 바래질까 두려워하며 떨고만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보듬어주던 책의 구절들을 떠올렸다. 걱정이 설움으로 치환될 때면 모든 불안한 감정은 책에 가둬 두고 집을 나섰다.

아픔은 책 속으로 깊고 깊게 파고들어서 뱉지 못한 설움은 한 권, 두 권씩 책으로 쌓였다.


"사랑하는 글방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사진 속 장소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방 
‘책방마실’이랍니다."


 슬플 때마다 방문하던 한 책방에서 언젠가 글쓰기 모임을 제안받았다.

나를 소재로 직접 글을 쓴다는 게 두려운 일임에도 이상하게 무척 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렇게 직접 글을 써보고 싶었을까.

아마도 나조차 감당하지 못한 감정을 견딘 글의 포용력을 믿고 소리 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꺼내면 분명 쓰라린 상처일 테지만 그럼에도 인생이 단 한 번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후회 없이 고통을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아닐까 생각한다.
 갈수록 글은 내 삶의 고정된 틀을 깨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공책 안에서는 모든 게 가능했다.

마음껏 실수할 수도, 소리 지르거나 목놓아 운다 한들 아무도 나무랄 사람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내 지난날의 눈물을 닦아주고, 무너진 것을 바로 세워줄 뿐이었다. 나에게 쓴다는 것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였다.
 춘천 속의 나는 항상 글과 함께였다.

독서 모임을 끝내고 드라이브 갔던 공지천 유원지, 모일 때면 꼭 들르던 중국집,

맥주 한 캔씩 들고 고민을 털어놓던 강원대 연적지, 작가님을 초청해 글쓰기 강연을 하던 커먼즈필드,

이 모든 인연을 가능하던 하게 만든 효자동의 책방. 기록할 수 있어 행복했던 춘천의 기억들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매주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주제라도 누군가는 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웃는 게 참 신기했어요.
글로 엮인 친구들과의 시간을 사랑했습니다."


 한국 문학 속에 그려진 춘천은 이곳에 살거나 방문한 사람들을 향해

잠시 복잡한 현실은 잊고 자신을 돌아보고 보다 큰 삶의 길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리하여 정체된 우리의 삶을 순환시켜주고, 삶의 의욕과 용기, 사랑의 결속을 확인시켜 준다.
 나의 문학도 이곳을 향해있다.

대학 시절의 치열한 경쟁에 매진하느라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과 나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었다.

온전히 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니 이제 어떤 시련도 겁나지 않는다.
 성인의 첫 시작을 함께한 춘천은 푸르른 나의 일기장이다. 걸음걸음 딛는 모든 곳에 나의 행복이 숨 쉬고 있다.

우거진 녹음을 후광 삼아 써 내려갔던 나의 젊음은 영원히 춘천에 기억될 것이다.

내 인생이 한 편의 책이라면 ‘춘천’을 지우면 이야기는 절대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저는 특히 아날로그를 정말 좋아해요.
디지털 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를, 카카오톡 대신 손편지를 좋아한답니다.
옛것이 가져오는 안온한 정성을 사랑합니다."





박수아는 23살의 나이로 춘천에서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춘천에서 글을 쓰며 행복을 배워 가고 있습니다.





2030 춘천일기 - 춘천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