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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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6

2019.11
#봄내를 만나다
특집
제31회 춘천인형극제를 마치며
춘천인형극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2019년 10월 3일 춘천인형극제 6일차



제31회 춘천인형극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올해 춘천인형극제의 슬로건은 ‘우리를 움직이는 인형’이었다.

춘천인형극제 메인 캐릭터 코코바우는 매년 그 형태를 조금씩 달리하는데 올해 코코바우는 특히나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춘천인형극제의 역사와 올해 춘천인형극 제의 성과를 함께 살펴보았다.




2019 춘천인형극제 선욱현 예술감독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제31회 춘천인형극제가 춘천시내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춘천인형극제의 슬로건은 ‘우리를 움직이는 인형’이었다.


“보통은 사람이 인형을 움직이는 게 인형극이죠. 그런데 그 인형이 사람을 움직여요. 보세요. 인형극을 보기 위해 가족들이 너도나도 손잡고 나왔잖아요?”

축제가 한창 무르익던 9월 29일, 춘천인형극장에서 만난 선욱현 예술감독이 관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형극은 허술하고 소박합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각박하고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고 동심을 불러일으키지요.”

선욱현 감독은 관객들이 평소에 인형극을 자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며칠 동안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찾아가서 볼 수 있는 상설공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형극장은 내부 카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인형극장 뒤쪽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내년 초 데크가 딸린 야외카페가 오픈하면 인형극장의 분위기는 더 좋아지고 찾는 사람도 많아질 전망이다.




“인형극은 허술하고 소박합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춘천인형극제 역대 포스터(1989)



인형극장을 시민문화공원으로


“이곳은 아이들의 극장으로만 활용되기에는 아까운 곳입니다. 낮에는 아이들이 인형극을 보고 뛰어놀고 밤에는 성인들이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시민공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춘천인형극장은 대극장, 소극장, 야외극장 등이 골고루 잘 갖추어져 있는 전국 유일의 인형극 전용극장이다. 인형극은 영화나 연극에 비해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데이트하기에도 좋다.


“인형극장이야말로 춘천이 가진 보물입니다. 이렇게 좋은 예술 공간이 어디 있습니까? 다른 거 새로 지을 필요 없어요. 이곳을 잘 개발하면 정말 최상의 시민문화공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춘천시정부와 춘천시문화재단, 그리고 (재)춘천인형극제는 인형극장을 시민들을 위한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민의 관심만 조금 보태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춘천인형극제 역대 포스터(1997)



어린이에게 꿈을 모두에게 사랑을


(재)춘천인형극제 홍용민 사무국장은 춘천인형극제의 산증인이다. 10년 이상 춘천인형극제에 몸담고 있으면서 인형극제의 흥망성쇠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다. 그만큼 인형극제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축제가 끝난 지난 10월 8일 인형극장 마당에서 그를 만나 춘천인형극제의 역사를 들어보았다.


“국내에서 어린이를 위한 축제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춘천인형극제는 ‘어린이에게 꿈을 모두에게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을 변함없이 지키며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 축제를 견결히 지켜 왔지요.”


춘천인형극제는 몇몇 극단 대표들과 문화기획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축제다. 토산품축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타 지역축제와는 달리 문화적 지향이 뚜렷한 축제다. 바람직한 지역축제의 모델로 서울에 편중되어 있던 문화의 중심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다.





춘천인형극제는 국내외 인형극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국제인형극제로

아이들에게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주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돌아보게 하는 지역의 대표 가족문화축제다



올해 춘천인형극제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리오넷 인형극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1989년 어린이회관에서 처음 개최


한국 현대 인형극이 본격적인 무대공연예술로 발전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2년 11월 한국인형극협회가 설립되면서 1984년 제1회 서울국제인형극제가 개최되었다. 춘천인형극제는 인형극인들과 문화기획자 강준혁, 강준택 등에 의해 1989년 처음 개최되었다.


1989년은 현재 KT&G 상상마당 춘천으로 바뀐 옛 어린이 회관 운영권이 ㈜바른손팬시에 있을 때였다. ㈜바른손팬시의 재정 지원으로 1989년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제1회 춘천인형극제가 열렸다. 국내 13개 극단과 국외(일본) 극단 1개가 참여했고 관람객은 약 7,500명이었다.




성공한 축제의 모델로 발전


1989년부터 1994년이 인형극제의 태동기였다면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축제의 발전기였다. 1995년은 춘천인형극제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해였다. 그해 11월, 춘천시가 ‘올해의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춘천인형극제도 문화체육부가 선정한 우리나라 대표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어 국비를 받게 되었다. 여기에 도비 포함 28억 원과 시비 46억 원 등 모두 74억 원을 들여 사농동 북한강변에 인형극 전용극장을 착공했다.


지금까지 민간 주도로 운영되던 축제에 춘천시가 처음으로 재정 지원을 해준 것도 1995년이었다. 춘천시에서 5,000만 원을 지원해준 덕분에 인형극 대본 공모, 아마추어인형극 경연대회 등 프로그램의 질적 성장을 가져오면서 성공한 축제의 모델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2001년 국내 유일 인형극 전용극장 개관


2001년부터 2006년은 축제의 안정기였다. 국내 유일의 인형극 전용극장 ‘춘천인형극장’이 개관하면서 상설공연을 통한 관람객의 저변 확대와 인형극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축제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할 터가 생긴 것이다. 상설조직인 (재)춘천인형극제가 출범함으로써 조직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같은 해 12월 (재)춘천인형극제는 전문예술법인(비영리 문화예술법인)으로 지정되었다. 이를 토대로 축제, 공연 외에 인형극 관련 교육, 전시, 출판 등 사업도 확장되었다.


인형극장이 완공되던 2001년 8월 당시는 서울인형극제, 광주 빛고을인형극제, 경기인형극제도 나란히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재는 경기인형극제와 정선인형극제, 강릉 명주인형극제, 칠곡 음악극축제만 남아 있다.



춘천시정부 관계자는 2024년 국제인형극연맹 총회 유치를 위해 지난 9월 21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샤를르빌 메지에르 연수를 다녀왔다.




춘천인형극제 역대 포스터(2001)



혹한의 시절 딛고 일어섰다


안타깝게도 2007년부터 춘천인형극제는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인형극 전용극장을 번듯하게 지어 놓긴 했지만 사농동이 삼청동 어린이회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다 인형극제에 쏟아붓던 춘천시의 열정도 식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매년 3억 5,000만 원의 재정 지원이 이루어졌는데 2010년부터 2억 원으로 예산이 삭감되더니 급기야 2012년부터는 재정자립을 요구하며 춘천인형극장에 대한 (재)춘천인형극제의 위탁을 완전히 파기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형극축제를 여는 비영리예술재단에게 재정 자립을 주문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요구가 아니었나 싶다.


시의 재정 지원이 끊기면서 인형극제는 적자에 허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자구책으로 이곳저곳 기금 사업을 신청해 근근이 사업을 유지했다. 하루아침에 수입이 끊긴 직원들은 하나둘씩 인형극장을 떠났다. 남은 사람은 홍용민 사무국장과 김민철 운영팀장뿐이었고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 2014년 이재수 현 춘천시장이 (재)춘천인형극제 이사장으로 들어왔다.


“이재수 시장님이 이사장이 되고부터 인형극제에 예술감독 제도를 도입했어요. 덕분에 재정은 약하지만 축제의 질은 높아져 갔죠.”



춘천인형극제 역대 포스터(2011)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평가하는 축제 등급도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만년 C등급이었는데 2017년 B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하더니 2018년부터 지금까지는 A등급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관객 수도 2018년 7만5,000명, 2019년 8만 명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춘천시가 (재)춘천인형극제에 인형극장 운영에 대한 위탁을 취소한 후 지금까지 인형극장에 대한 운영권은 춘천시문화재단에 있다. 축제 전문기관이 아닌 춘천시문화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인형극장을 대관하는 것 뿐이었다.

“그전까지는 365일 중에 250일 이상, 550회 공연을 하며 상설극장으로 늘 열려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하루아침에 대관업무만 보는 형식적인 극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죠.”


선욱현 예술감독 역시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워했다. “인형극장에서 민방위교육이나 택시기사 안전교육 같은 것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분통이 터질 일입니까? 전국 유일의 인형극 전용극장이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죠.”


심지어 직접 기획한 인형극을 공연할 때도 춘천시에 대관료를 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현재 춘천시정부와 춘천시문화재단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며 다시 민간 위탁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한 상상력과 꿈의 나래를 펼쳐주는 춘천인형극장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올해 춘천인형극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춘천이 인형극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춘천인형극제 역대 포스터(2015)


성인 콘텐츠 늘고 해외교류 활발


춘천인형극제는 춘천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이를 통해 축적된 창조적 역량이 춘천지역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고 이는 곧 춘천인형극제가 지향하는 바이다.


선욱현 예술감독은 “30년 전 부모님 손을 잡고 왔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다. 이것이 춘천인형극제의 힘”이라고 말했다.


올해 춘천인형극제는 크게 두 가지의 성과가 있었다. 하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가 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교류 사업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축제에서는 아이들을 동반하지 않은 관람객과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외국 작품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외국 극단의 기획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우리 작품들을 눈여겨보고 향후 다른 국제인형극제에 공식 초청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춘천인형극제 역대 포스터(2019)


춘천을 세계적인 인형극의 메카로


춘천시정부는 지난 9월 21일부터 26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프랑스 아르덴주 샤를르빌 메지에르 연수를 다녀왔다. 국제인형극연맹 총회 유치와 현재 시정부가 설립 계획 중인 인형극 전문학교에 대한 운영 사례를 배우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샤를르빌 메지에르는 국제인형극연맹 본부와 국제인형극학교 가 있는 곳이다.


시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수를 통해 인형극 친화도시협회 회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2024년 국제인형극연맹 총회 유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국제인형극연맹 총회 개최지는 내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2020년 국제인형극연맹 총회에서 결정된다.


샤를르빌 메지에르는 인구가 겨우 5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인형극 축제에 세계 곳곳의 인형 극단 400여 개가 찾아오고 열흘간의 축제를 위해 온 마을이 1년 동안 준비를 한다.


춘천인형극제 역시 6일간의 축제를 위해 해마다 10개월 이상 준비를 한다. 하지만 샤를르빌 메지에르처럼 온 주민이 다함께 준비하지는 않는다. 만약 춘천이 프랑스의 샤를르빌 메지에르처럼 인형극의 메카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의 춘천과는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고 그렇게 되기에 춘천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름다운 도시에서의 축제만큼 매력적인 게 또 있을까요?” 춘천인형극제에서 만난 국내외 인형극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축제의 도시, 춘천. 그 중심에 춘천인형극제가 있다.



2019년 9월 28일 춘천인형극제 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