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을 잡고 찾아가 먹던 메밀전煎을 내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찾는 집이 있다. 춘천을 떠나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멀리 서도 주문해 먹는 메밀전집이다. 추억의 메밀전집은 중앙시장에서 육림고개로 향하다 보면 있는 ‘30년 전통의 메밀전집(대표 주옥연)’이다. 육림고개 막걸리집 옆에 자리하고 있어 궁합도 그만이다.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화로에 놓인 철판 위에서 주옥연(80) 대표가 부치는 메밀전병(총떡)과 빈대떡, 메밀전 등이 맛있게 익어 가고 있다.
“아이들 학비라도 보태려고 메밀전집을 시작한 것이 35살이었죠. 남편이 종손이라 제사음식을 참 많이 만들어봐서 자신도 있었어요.”
몇 년 전 중앙시장에서 장사하던 가게가 헐리고 공원으로 바뀌면서 장사를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
“집기들을 다 정리하고 집에 있는데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리했던 집기들을 다시 가져와 지금 자리에 가게를 얻어 다시 장사를 시작했어요. 장사를 쉴 수 없는 운명인가 봐요. 춘천 살다가 전라북도로 가서 사는 분이 내가 만든 메밀전병이 먹고 싶다고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택배 보내는 방법을 배워서 지금은 주문이 들어오면 전국으로 택배로 보내요.
또 기와집골에서 오시는 오랜 단골이 있는데 자식들이 고향에 내려오면 제 메밀전병을 찾는다고 20장씩 사가요.” 주 대표가 부쳐내는 메밀전을 한 번 먹어 본 사람들은 다시 찾는다고 한다. 그날 사용할 메밀가루를 아침에 직접 갈아서 쓰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며 맛을 지키려는 주 대표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삼천동에 있는 포장마차에 1번, 2번, 3번 등 번호를 붙여 한 달에 몇천 장씩 팔기도 했지요. 춘천에 있는 예식장에 납품도 했어요. 혼자 다 해야 하는 성격 탓에 이제는 힘이 들어 못해요.”
“전을 부치고 있으면 사진도 찍고 가게 안에서 메밀전과 빈대떡, 메밀전병 등을 먹으며 말을 걸어요. 그러면 다 대꾸를 해줘요. 안 해주면 불친절하다고 막 인터넷에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IMF이후 조금 뜸했던 손님들이 최근 메밀전이 맛있는 오래된 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 공부 다 시키면 장사를 관둬야지 했는데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다. 주 대표는 변함없이 가게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주소 I 춘천시 중앙로 77번길 22
연락처 I ☎257-6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