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복합도시 춘천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춘천시의 20대, 30대 청년 농업인은 200명 남짓. 춘천시 전체 인구의 0.0007%에 불과하다. 아직 적은 숫자이지만, 농촌에서 도전하는 청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춘천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춘천시 청년 농업인 모임이 형성되었고, 서로가 정보를 교환하며 협업을 하기도 한다. 청년 농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변희일 씨를 만났다.
변희일 씨는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우면서 농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3년 전부터는 부모님을 도와 고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농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에는 농촌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절대 농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었죠. 대학생이 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흥미가 있거나 보람을 느낀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는 데 재미있고 보람을 느꼈죠. 어렸을 때 그렇게 싫었던 일이 막상 직업을 선택할 때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변희일 씨는 농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농업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농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해는 제가 농사지은 고추가 모두 바이러스에 걸렸어요. 이때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죠. 그때 농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고추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고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죠.”
생각지도 못한 실패였다. 일 년 농사를 망쳐서 수익을 내 지 못한 그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강원도 미래농업대학에 다니면서 6개월 동안 합숙을 했고, 700시간 이상을 농업에 대한 공부에 투자했다. 1년 농사를 포기하면서 공부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서 작물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질병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었어요. 그 후에 다시 도전했을 때 작물들이 제가 원하는 대로 잘 자라주는 것을 보고 엄청난 보람을 느꼈죠.”
변희일 씨가 투자한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았다. 선진 농가들을 견학하면서 직접 보고 경험하며 지식을 늘려갔다. 작물을 재배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했고, 질병에 대해서도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추 이외의 작물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고 농업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다양한 작물에 대해 공부한 그는 내년부 터 딸기 농사를 계획 중이다.
“내년부터는 독립해서 딸기 농사에 도전하려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농장카페를 운영하면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농업에 대한 좋은 인식을 키워주고 싶어요.”
변희일 씨는 올해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딸기 농사는 기존의 농법보다 선진화된 농법으로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립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했고, 걱정도 커졌다. 그는 항상 곁을 지켜주는 여자친구가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일과 가정 두 가지 도전을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춘천시는 농촌과 도시가 어우러져 농업인과 소비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만큼 특별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 농업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춘천시는 청년 농업인들의 고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변희일 씨는 춘천시가 청년 농업인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반이 부족한 청년 농업인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존 지원 사업을 재정비해 청년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길 기대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가 아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농촌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길 바란다.
글 이범준(봄내 청년기자·시골 생태학자) 생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졸업 후 춘천에서 생태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춘천 지역 청년들의 삶과 꿈에 관심이 많아 그들의 이야기를 수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