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들은 다양한 몸짓으로 주인과 의사소통을 한다. 꼬리를 흔들거나, 코를 핥거나, 배를 보이고 눕는다. 이러한 동물들의 의사소통법을 ‘카밍 시그널’이라고 한다.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아요’, ‘힘들어요’, ‘아파요’, ‘외로워요’ 등을 모두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독특한 카밍 시그널을 가진 반려견들은 단연 주위의 이목을 끌고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춘천 북산면 추곡약수터로 오르는 길에 위치한 식당 <시골밥상>의 주인 김향미(67) 씨의 반려견 ‘까미’는 심부름하는 개로 유명하다. 일명 ‘팁을 부르는 반려견’으로 불린다.
“제가 16년 동안 길렀던 강아지가 있었어요, 그 강아지가 죽고 나서 너무 슬퍼하니까 독일에 사는 조카가 한국에 나올 때 까미를 데리고 왔어요. 무슨 테리어라고 하는데 몰라. 올해 4살이죠. 어미가 양몰이를 하던 개라고 하더라구요. 털갈이도 안 하고 말귀도 잘 알아들어요.”
‘까미’를 보려고 식당을 찾은 당일 까미는 깔끔하게 이발을 한 상태였다. 진주목걸이를 곱게 목에 걸고, 곧게 뻗은 다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위풍당당하게 걷는다.
“어느 날 손님이 장난으로 까미한테 밥값을 줬어요. 그랬더니 저한테 갖고 오더라구. 그래서 거스름 돈을 다시 물려줬더니 그걸 물고 손님한테 가는 거예요. 그리곤 손님을 가만히 쳐다보는 거야. 그래서 손님이 팁을 달라는가 보다 하며 돈을 또 물려줬지요. 그때부터 까미가 팁을 받는 강아지가 됐어요. 돈 심부름 하면서 자기 병원비, 간식비, 이발비는 모두 버는 셈이죠.”
정말일까 돈을 물려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 돈을 물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가 봐.” 김향미 씨의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거두고 돈심부름을 시켰더니 언제 경계했냐는 듯 돈을 물고 제 주인에게 갖다 준다. 그리고는 거스름돈을 받아 다시 돌아온다. 심부름에 특화된 녀석임에 틀림없다. 사실 까미의 카밍 시그널을 사람들이 팁을 달라는 것으로 오해한 것 일수도 있다.
그러면 또 어떠랴. 돈 심부름 잘하는 까미는 추곡약수를 찾는 많은 관광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올가을 추곡약수터로 산행을 잡는 건 어떨까. 추곡약수로 지은 밥도 든든히 먹고 까미에게 돈 심부름을 시켜보며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