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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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4

2018.11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이웃
오토바이 타고 80일간 세계 여행 다녀온 청년 김화랑
“제가 바이크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남자입니다”



빛날 화(華), 밝을 랑(朗)

그의 이름은 김화랑(25.강원대 신문방송학과 3년)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어디서든 밝게 빛나라’며 지어주었다.


지난 5월 20일, 그는 러시아행 배편에 몸을 실었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조지아, 터키,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를 거치는 80일간의 여행을 떠난 것.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의 애마 ‘울프’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가 바이크 여행을 꿈꾼 건 고등학생 때였다. 독립출판 일을 하던 그때, 바이크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형을 인터뷰하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황홀감에 빠졌고 ‘나도 언젠간 꼭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는 게 참 바빴습니다. 작년엔 뱅뱅클럽이라는 영상 및 사진 일을 하는 프로덕션도 창업했지요. 학교를 휴학하고 열심히 일했더니 돈도 꽤 벌게 됐는데 마음은 왠지 허전했습니다. 과감히 폐업을 하고 나자 깊이 숨어있던 자아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넌 하고 싶었던 일이 있잖아.’

사실 관광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저 끝없이 달려보고 싶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실 제 여행을 하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다.


1만 4,000km를 달리면서 그의 애마 울프와 난감하고 위험한 상황을 수없이 겪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밤, 바퀴가 펑크 난 울프를 끌고 아무도 없는 광활한 도로를 한없이 걷기도 하고, 왕복 3차 선로에 넘어져 핸드폰과 바이크가 크게 박살났는가 하면, 앞차의 급브레이크 때문에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시간과 돈을 아끼려고 하루 한 끼 식사로 때우면서 달리다보니 살이 8kg나 빠졌습니다. 빈혈이 생겼고 발톱이 빠졌고 사고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훈장(?)도 얻었습니다. 울프의 작은 몸도 만신창이가 됐죠.”



그러나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웠던 조지아 카즈베기 산과 프랑스 센 강은 그 모든 것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했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은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평균속도 80km/h로 하루 400~700km씩 달리는 그에게 말했다.

“이걸로 한국에서 왔다고? 미쳤구나?”


하지만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아이들에겐 꿈이자 우상이 되었다. 어떤 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You are the hero!”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친구들은 그에게 도를 닦은 스님 같이 변했다고 말한다. 행복에 대한 기준도 바뀌었다.


가진 건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일 매일을 행복해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낯선 거리에서 두렵고 난감할 때마다 ‘우리는 형제’라며 발 벗고 도와준 라이더들을 만나면서, 그도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이제 그는 어디서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가 바이크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남자입니다.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