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새로운 옷을 입히고 상하고 다친 그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1983년 춘천 요선동에 문을 연 ‘현대표구사’ 김동욱(60) 대표다. 37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전북 부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누나가 있는 서울로 올라가 인사동에서 표구를 배웠다.
“팔남매 중에 일곱 번째라서 빨리 기술을 배워 자립하고 싶었어요. 매형의 동생분이 동양화가셨는데 표구가 전망이 좋다고 배워보라고 소개를 해주셨지요.” 김 대표는 표구를 배우며 알게 된 친구가 춘천에 있는 표구사에서 일하게 되어 우연히 만나러 왔다가 춘천의 매력에 빠져 춘천에 눌러 앉아 표구사를 열었다.
“제가 표구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춘천 요선동은 예술의 거리였어요. 화방과 표구사가 모여 있어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지역이라는 특성상 화랑이 없어 전문 작가들의 작품이 표구사에서 거래되기도 했어요. 당시 춘천에 14곳의 표구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중에 11곳 이 요선동에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를 포함해 3곳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중간에 사장님들도 바뀌셨고요.”
“춘천에서 표구사를 하려고 세무서에 영업신고를 하러 갔는데 담당자가 ‘버섯농장 하시려고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죠. ‘표구사’를 ‘표고사’로 잘못 본 것 같아요. 그 정도로 표구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가끔 그냥 액자 만들어 파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쉬워요. 표구는 종이를 기본으로 천, 나무, 채색, 풀, 유리 등 수십 가지의 요소와 실력이 필요하거든요. 게다가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까지 겸비해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어요. 표구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세상에 보여준다. 작품의 평가에 따라 명성과 부를 얻을 수도,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작품은 표구사의 손에서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서 표구사의 안목이 중요하다.
“작품에 옷을 입히는 과정으로 세상에 내보내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표구예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내 손에 의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긴장되는 작업이죠.” 박 대표의 손에서 하나의 작품이 옷을 입고 세월을 견뎌 낼 힘을 얻는 것이다.
“잘된 표구는 세월이 말해줘요. 표구를 잘하면 100년, 아니 200년도 가거든요. 40년 넘게 표구를 해왔지만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술잡지를 보고 시간이 되면 인사동을 비롯해 여러 곳으로 전시회를 보러 다녀요. 그 안에서 잘된 표구를 보면 또 다른 공부가 되죠.”
“요즘 대다수의 표구사들이 혼자 일하는 분위기”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30년 전부터 표구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요. 이러다 우리 전통표구가 사라질까 염려가 되요. 미국이나 유럽 쪽은 표구가 존중받는다고 하는데 지금의 우리 현실이 안타까워요.”
“제 고향인 부안에서 산 날보다 춘천에서 산 날이 더 많아졌네요. 춘천에서 가족을 이뤄 산 지가 40년 가까이 되었어요. 체력이 되는 그날까지 표구를 하고 싶어요.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식들이 표구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가르쳐주려고 해요.”
김 대표의 마지막 꿈은 춘천에 화랑을 열어 지역작가들이 마음껏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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