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조정하지 않아도 사물이 알아서 판단하는 사물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
8월 2일 저녁, 아버님 제사. 각자의 스마트폰이 작동한다. 형이 미국에서 제사에 쓸 음식을 보냈단다. 국내업체에 주문한 음식이 제사 직전 도착했다. 미국에서 영상통화로 음식을 점검했다. 독일 조카는 제수용 술을 보냈다. 한국 택배 업체가 국산전통주를 들고 왔다. 향을 피웠다. 12명이 동시에 절을 했다. 오프라인 현장에 6명, 온라인 참여자 6명. 제사 후, 독일에서 조카가 묻는다. ‘술맛 어때요?’
이제 PC방에서 ‘엄마, 나 지금 도서관에 있어’가 통하지 않는다.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기 때문. 온 누리가 교감하는 ‘초연결 시대’ 혹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람, 기기, 자동차, 건물, 도시 등 오프라인과 국가, 가족, 조직 등 무형의 개념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차 댈 곳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근처 주차공간이 스마트폰에 뜬다. 뉴욕 테러감지체제Domain awareness system는 CCTV, 방사능감지기, 번호판인 식기 등이 연결되어 있어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을 관계 기관에 알려준다.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 내비게이션 스스로 업데이트 한다. 스마트폰도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5G의 등장으로 똑똑해진 사물은 사람의 개입 없이 더욱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사회 안전망, 교육, 의료, 금융, 교통 시스템, 공장 등 모든 것이 연결된다. 그로 인한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기에 초연결超連結이라 한다.
박 과장의 아침. 인공지능 스피커가 단잠을 깨우더니 날씨를 알려주고 음악을 들려준다. 처음 듣는 음악인데 박 과장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인공지능이 평소 박 과장이 듣는 음악을 분석하고 선택한 곡. 오랄비 전동 칫솔로 이를 닦는다. 스마트폰에서 우측 어금니를 좀 더 문지르라고 한다. 조깅을 하려고 미국 디자인회사 시프트웨어ShiftWear 신발을 신었다. 스마트폰으로 무늬를 바꿀 수 있다. 동영상도 가능하다.
1회용 밴드처럼 생긴 기기를 몸에 붙이고 뛰었다. 심박 등 신체 데이터가 병원에 전송되었다. 병원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변수가 생기면 주치의에게 통보하고 문자로 알려 온다. 출근하려고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라테 생각이 난다. 카페에 가니 이미 라테가 준비되어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Siren Order 시스템이다. 라테를 마시는데 렌지 위에 커피 물을 올려놓고 그냥 나온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밸브를 잠갔다. 점심시간에는 집에 있는 반려견이 궁금해서 스마트폰을 통해 보았다. 퇴근 길, 집 안 온도를 20도에 맞추도록 인공지능에게 부탁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전 세계 빈 방을 소개하는 에어비앤비
없는 물건 팔아 세계 매출 1위
아마존은 책, 냄비, 자동차용품을 매일 수백만 개 씩 판매하지만 회사에 없는 제품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인 우버에는 택시가 한 대도 없다. 소유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회사’다. 승차 거부도 없고, 과잉요금 징수도 없다. 사용 후 승객과 운전자 모두 상대를 평가하기에 서투른 짓을 하면 이용이 제한된다.
세계 최대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에도 방이 없다. 에어비앤비는 머물 곳을 찾는 사람에게 누군가의 빈 방을 알선하는 시스템. 놀고 있는 자산을 공유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기술과 지식도 필요한 이에게 연결할 수 있다. 소유의 개념과 돈을 버는 방식이 바뀌었다.
‘인간관계’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관계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관계의 패턴이 변한다. 이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법률, 화폐, 상식 등이 변하고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신경망을 사용하는 인간보다 연산속도가 100만 배 빠른 인공지능은 인간의 1년치 생각을 31초 만에 해 낸다.
인류 3,000년의 지식(데이터)도 지니고 있다.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다. 예술, 철학, 신학, 의학도 이들이 연구한다. 5G의 등장으로 오늘날의 일 년은 과거 백 년, 천 년, 만 년의 변화보다 크다. 5G의 등장은 우리나라가 최초, 지난 4월 3일이었다. 벌써 5개월, 아득한 옛날이다. 이를 이해하는 유연하고 깊은 사고가 요구된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음악과 명상에 대한 8권의 저서가 있다. 향상된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연구한 <미래예술은 어떤 모습일까>를 집필 중.
김진묵악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