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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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3

2018.10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이웃
도내 원로 연극인들이 선보이는 ‘관객모독’
관객 여러분 모독당할 준비 되셨습니까?


“이것은 연극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극장에 오면 늘 들었던 것을 여기선 들 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늘 보았던 것들을 여기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연극 ‘관객모독’ 연습이 한창인 아트3씨어터 소극장 존(ZONE)은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팽창했다. 평균나이 73세. 4명의 원로연극인이 돌아가며 뱉어내는 문장 속에서 언어들은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입고 공간을 채워 갔다.


10월 5일(금) 저녁 7시와 6일(토) 오후 3시 축제 극장 몸짓에서 공연되는 ‘관객모독’은 일반적인 연극의 틀을 완전히 깨는 작품이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대신 오직 ‘언어’에만 집중한다. 강원연극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박완서(76), 김학철 (78), 김경태(69), 장규호(69) 씨가 주인공이다.


중견연극인 민경(40) 씨는 중간중간 윤활유 역할을 하며 선배 연극인들에게 힘을 보탠다. 원로예술인들의 공연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단 법인 문화커뮤니티 금토가 강원원로예술인지원사업을 통해 선보였던 연극 ‘옹고집전’이 춘천, 원주, 속초, 인제 등 도내 7~8곳을 돌며 도민들의 호응을 얻어내자 지원이 이어졌고, 강원연극을 이끌어 오던 1세대 연극인들은 힘이 나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배우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춘천뿐 아니라 원주와 속초에서도 한걸음에 달려와 입을 맞추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연극외길 인생을 걸어온 지 어림잡아 반백 년.


연장자 김학철(원주)씨는 KBS와 MBC 아나운서 1기생으로 60년대 연극에 데뷔했다.

“살아있는 동안 끝까지 연극을 하겠다는 사명의식이 있어요. 연극은 인간관계이며 인연의 연속입니다. 나는 늘 후배에게 진정한 예술인이 되라고 말하곤 해요. 예술인은 마음이 아름다워야 되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더러운 것은 보지도 말라고 얘기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 뼛속까지 연극인이다.




영화를 하다가 1969년 춘천으로 오면서부터 연극연출을 시작했다는 박완서(춘천)씨는 극단 혼성을 창립하고 춘천국제연극제를 시작하는 등 춘천의 연극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연극 인생 50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 “후배들이 강원연극을 잘 이끌어 그 맥을 꿋꿋이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경태(춘천)씨와 장규호(속초)씨는 동갑으로 각자의 지역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평생 연극에 몰두 해 온 인물들이다.

“이번 무대는 실험극으로 스스로에게도 다른 도전 이 될 것”이라며 “생소하지만 주제나 틀은 생각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통적 연극의 형식과 관습을 거부한 문제작(페터 한트케 작)으로 1966년 초연 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관객모독’.

1세대 선배연극인들에 의해 춘천에선 처음 공연되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모독할 것인가?

그들이 사정없이 던지는 모독을 받으며 우리는 과연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그들이 우리에게 묻는다.

“모독당할 준비 되셨습니까?”


문의 251-9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