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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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3

2018.10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이웃
세필기법 玄岩(현암), 海原(해원) 화백 부부 눈길
“강원의 얼 그림으로 다시 새겨요”




세필기법의 화가로 문하생들과 함께 춘천미술관 아트플라자에서 ‘강원의 얼’ 전시회를 갖는 현암 한진과 해원 현수일 부부 화가를 요선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전통 세필 기법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화가들만의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기법이다.


비단에 검 정색만을 사용하여 지극히 세밀하게 그리는 초상화로 100호(통상 0호는 엽서 크기로 본다.)의 경우 적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여 기간이 소요된다. 세 필 초상화는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그리는 것이라는 현암·해원 부부 화백은 서울 태생으로 동강(東江) 권오창 화백에게 사사(師事)했다.


부부는 젊은 시절 한눈에 춘천의 아름다운 정경에 반해 1999년 11월 세 자녀를 거느리고 무작정 춘천으로 내려왔다. 버려진 빈집을 맨손으로 수리하고 우두동에 둥지를 틀었다. 화가 이전에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막노동과 택배기사, 때로는 운전기사 등 손에 얼마의 수입만 쥐어진다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 혀도 그림에 대한 욕망은 접을 수 없어 붓을 놓지 않았다. 비단 화판에 한 올 한 올 고뇌하는 영혼을 불어 넣어 5년 만에 9점의 초상화를 완성하고 2004년 11월 아트플라자에서 감격적인 첫 번째 세필 초상화 대전을 가졌다. 전시회를 계기로 신문과 방송으로 알려지며 세필화 기법을 배우려는 문하생들이 찾아들었다. 지금까지 200여 명의 문하생이 세필화 기법을 전수받았다.


3년 전까지도 막노동을 했다는 화백은 지금도 한 달 생활이 버겁다. 다행히도 1남 2녀의 자녀들이 장녀는 공무원으로, 차녀는 유치원 교사로, 막내아들은 관광회사에 근무하게 되어 한결 어깨가 가벼워졌단다.

현암 화백은 “비록 생활은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결코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손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결코 가난뱅이가 아니란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난 때문에 남편에게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은 아내가 눈물겹도록 고맙다며 가슴에 묻어둔 감정을 쏟아놓았다.


서울 등 대도시로 가면 초상화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생활하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돈보다 창조적 작품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현암 화백은 영원한 춘천인으로서 독특한 세필화 기법을 춘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널리 보급하고 마지막까지 붓을 든 채로 아름다운 땅 춘천에 묻힐 것이라고, 세필화 초상화에 대한 집념과 애정 표시를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