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룡산을 코앞에 마주하며 사암리에서 30여 년간 방앗간을 운영하는 조윤행(84) 사장님은 오늘도 방앗간을 찾는 손님이 없어도 홀로 나와 방앗간을 지키고 있다. 30여 년간 찾았던 단골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에 이곳에 세워졌다는 부흥방앗간은 처음 지어질 때만 해도 나무가 귀해서 주변 도랑에 심겨진 미루나무를 베어다가 들보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어 운영했다고 한다. 이후 운영상에 어려움이 생기자 개인이 맡아서 운영을 했는데 당시 운영하던 주인이 사고를 당해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자 30년 전부터 조 사장이 맡아서 운영하게 되었다고 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며 큰돈은 못 벌어도 빚 없이 6남매를 키우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동내면뿐만 아니라 동산면 그리고 멀리 서면에서도 방아를 찧으러 올 정도로 붐볐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방앗간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이유를 묻자 쌀값이 떨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논농사를 포기하고 밭농사나 과수원으로 작물을 바꾼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도시 개발로 인해 예전에 비해 논이 많이 없어지는 것도 한 몫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쌀 말고는 먹을 것이 없었지만 요즘 은 다양한 먹을거리로 예전처럼 쌀 소비도 많지 않다며 세상이 빠르게 변해 가는 아쉬움을 감추질 못했다. 변하는 세상만큼이나 여든을 훌쩍 넘긴 자신도 더 이상 혼자서 방앗간 일을 하는 것도 무리라고 한다.
게다가 쌀값은 묶여 있는데 쌀 포대를 비롯해 기계부품과 기름값 등 물가는 계속 올라 여러 가지로 방앗간은 운영하기에 힘든 구조로 계속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30년간 자기를 믿고 찾아와 주던 오랜 단골의 고마움과 의리 때문에 오늘도 텅 빈 방앗간을 지키고 있는 그의 뒤편에는 참새만이 분주하게 오가며 떨어진 나락을 주어먹기에 바빴다. 당장 오늘, 내일이라도 방앗간 문을 닫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건강을 지키며 볏가마니를 싣고 오는 단골을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