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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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3

2018.10
#봄내를 품다
김호섭의 별의별이야기 10
천체망원경
천체망원경으로 모든 별을 볼 순 없어요!

필자가 별관측소를 10년간 운영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우주의 신비나 외계생명체에 대한 질문보다 더 빈도가 높았던 것은 천체망원경의 가격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이번 달 글의 결말을 먼저 제시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천문대 한두 번 방문해서 아무리 아이의 리액션이 좋고, 아빠 또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신비함을 접했다 하더라도 천체망원경을 구입하는 것은 최대한 미루자. 이유는 뒷부분에서 설명할 것이다.



별추적 장치가 있는 보급형 망원경



천체망원경으로 보는 대상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대상을 간략하게 분류해 보면 1등성, 이중성, 산개성단, 구상성단, 성운, 은하, 달, 행성, 혜성, 기타 개성적인 별 등이다.


가장 특이하면서도 훌륭한 관측 대상은 달이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고, 배율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관측이 가능하다. 모양도 매일 바뀐다. 달 표면에 움푹 파인 크레이터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달은 저녁만 되면 밤하늘에 떠있는 대상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은 사람들이 달이 떠있는 모습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통상 한 달 동안 자정 이전에 관측이 가능한 날은 절반 미만이다.


달 다음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관측 대상은 목성과 토성이다. 목성의 태양 공전주기는 약 11년이고, 토성은 28년이다. 지구 바깥쪽에 위치한 외행성이기 때문에 관측시기가 다가오면 일 년 중 4~5개월 정도 관측이 가능하다. 목성이나 토성에 비해 지구의 공전 속도가 훨씬 빠르므로 일 년에 한 번씩 따라 잡는 기간이 온다. 그 시기가 가장 잘 보이는 기간인 것이다.



플레이아데스성단


천체망원경의 본질적 역할


달과 행성을 제외하면 천문대 가서 별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별은 망원경으로 봐도 더 밝게 보일 뿐, 더 크게 보이지 않고 여전히 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성능 망원경으로 본다 한들 배율에는 한계가 있고, 별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먼 거리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측이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별은 겨울철에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인데 이 별은 8.6광년 떨어져 있다. 이것이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리인지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달을 다녀온 아폴로 우주선으로 비교해 보자.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가는 데 3박4일이 걸렸다. 이 우주선으로 시리우스까지 간다고 하면 한 100년쯤 걸릴까? 대략 2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백, 수천 광년 떨어진 별까지는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망원경이 하는 본질적인 역할은 확대해서 크게 보여주는 것보다 어두운 대상을 빛을 모아 더 밝게 보여주는 데 있다.



별관측소에서 관측중인 어린이



일단 사지 말자…충분히 공부 후 구입 늦지않아


천문대를 방문해서 멋진 천체망원경을 접하게 되면 당장 사고 싶은 욕구가 들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몇 가지 오해 내지는 상상을 깨뜨려 보고자 한다.


첫째, 가장 흔히 하는 질문 “우리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초보 자용 망원경은 얼마쯤 합니까?”

여기서 “초보용”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입문용으로 저렴한”의 의미일 것이다. 입문용이라고 해도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까지 다양하다.


천체망원경은 TV처럼 켜기만 하면 다양한 볼거리를 쏟아내는 장치가 아니다. 즉, 내가 먼저 관측 대상을 공부하고 찾아야 비로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국 기초지식 없이 덜컥 천체망원경부터 구입하게 되면 십중팔구 달만 두어 번 보고, 집 안 구석 어딘가에 얌전히 모셔놓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면 일단 사춘기를 통과할 때까지 미뤄보자. 웃픈 일이지만 99%의 초등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천문학에서 멀어지고 게임과 아이돌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만일 중학생이 되어도 관심을 유지한다면 천체망원경은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는다.


세 번째, 천체망원경은 아빠가 아이에게 사주는 물건이 아니고 아빠가 사서 연습하고 아이에게 보여주는 물건이다. 일단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힘들다. 즉, 부모님 차에 싣고 다녀야 한다. 엄마가 아니고 아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역시 망원경 시스템은 엄마에게도 무겁고 뭔가 복잡하게 조작해야 하는 장치는 전통적으로 남성과 더 친근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사실 이 땅에는 아빠 혼자 별쟁이로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천문대를 더 찾아가자


모든 천체망원경은 가격을 떠나 세워 놓으면 한 생김새 한다. 거기에 보태서 아빠의 강력한 긍정마인드는 거의 마약 수준이다.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열었고, 아이가 좋아할 걸 생각하면 아빠로서 가지는 뿌듯함은 달 한 번 보기도 전에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러나 거기 까지다. 천체망원경의 구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때부터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별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론은 천체망원경의 구입에 당장 관심이 있다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참고 천문대를 자주 방문하면서 별자리를 익히고 좀 더 많은 관측을 해보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망원경이 적당한지 스스로 정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