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며칠 앞둔 7월 18일 낮 12시경.
동부초등학교(교장 이경숙) 1층 현관이 소란하다. 보건동아리원들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건강캠페인을 펼치는 자리.
「즐거운 여름방학을 위한 안전 캠페인」
중앙벽면에 내걸린 현수막 아래로 물놀이 안전수칙, 심폐소생술, 성인 및 영아 하임리히법을 세세하게 설명한 홍보물이 눈길을 끈다.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응급상황 대처법을 직접 체험시켜주는 동아리원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돼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 열심히 배울 거예요"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꿇어앉아서, 무릎을 들고, 팔꿈치를 펴고, 양손을 깍지 껴 손바닥 아래 부분으로 가슴 중앙을 힘차게 30번 눌러주는 거예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똑 부러진 설명과 함께 일일이 손뼉박자를 맞춰주는 이예서(6년)양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고사리손에 힘을 담아 열심히 따라 하던 3학년 이민주 양의 이마엔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심폐소생술을 처음 해봐요. 실제로 해보니까 힘이 들지만 내가 사람을 살리면 정말 보람 있을 것 같아요. 열심히 배워볼 거예요.”
하임리히법(이물질이 목에 걸려 질식 상태에 빠졌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법)을 익히러 걸음을 옮기는 민주 양을 향해 예서 학생이 한마디 던진다.
“아직은 어리니까 위급상황을 보면 빨리 119에 신고하고 어른을 부르세요.”
매월 마지막 주는 건강 캠페인
동부초등학교 보건동아리는 지난 3월 박은미 선생님이 보건교사로 부임하면서 만들어졌다. 건강에 관심 있거나 건강 관련 직군에 관심 있는 학생 위주로 선발된 5, 6학년생 총 14명이 매달 건강 관련 캠페인을 벌이는 게 주요 활동이다.
동아리 활동시간은 월, 수요일 점심시간인 12시 40분부터 1시 10분까지. 아이들은 매월 첫 주 그달의 캠페인 주제를 정하고 3주에 걸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완벽한 준비를 한 후 마지막 1주일 동안 건강캠페인을 펼친다. 그동안 금연, 양성평등, 감염병 예방 등 다양한 주제로 전교생의 관심을 모았다. 춘천성심병원에서 9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던 박은미 선생님은 든든한 멘토(mento)다.
“남자고등학교에 4개월 동안 기간제로 근무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지켜본 흡연예방동아리가 참 유익하게 느껴 져서 모든 건강파트에서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니 보람이 느껴져요. 건강 증진이나 예방 차원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 교사의 얼굴에 사랑과 열정이 묻어 있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요"
동아리원들은 자신들의 주도적 활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크다.
“골든타임이 4분이에요. 생명을 다투는 귀한 일이라 세 세한 부분까지 선생님께 열심히 배워 모두 알려주고 싶어요.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잘할 수 있게요. 장난치듯 하는 애들도 있는 데 참 안타까워요.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 요. 자세히 물어보며 진지하게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요.”
동아리장 이예서 양의 야무진 말에 김현비(5학년) 양이 한마디 얹는다.
“배워놓으면 살아가는데 유익할 것들이라 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안전에 대해 많이 민감해졌어요. 개구쟁이 사촌동생의 위험한 장난을 이젠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요. 얼마 전엔 가족과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빠가 넘어지셔서 무릎에서 피가 났어요. 당황하지 않고 제가 응급 치료를 해드렸죠. 정말 뿌듯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