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32

2018.9
#봄내를 품다
김호섭의 별의 별이야기 9
가을철 별자리
가을 밤하늘에 펼쳐진 그리스 로마 신화 ​ ​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힘들었던 여름도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가 지나면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여름은 어김없이 자리를 가을에게 넘겨주고 물러나면 어느새 밤하늘도 가을철을 상징하는 별자리로 채워지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아이들이나 학창 시절 읽은 기억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신화와 결부된 별자리가 익숙하게 다가오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사진 김호섭-페르세우스이중성단




사진 염범석-카시오페아



국민별자리 카시오페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북두칠성과 더불어 대표적인 국민별자리 중 하나인 카시오페이아(카시오페아)자리는 9월 초순 북동쪽에서 선명한 W자 모양을 뽐낸다.


크기도 작으며 별의 밝기도 비슷하여 금방 눈에 띄는 별자리니 시간 나면 한번 찾아보자. 별자리에 자신 없어 하던 분들도 카시오페아자리를 찾게 되면 그래도 밤하늘에 아는 별자리가 있다는 사실에 흐뭇할 것이다.


가을 하면 카시오페아자리가 대표적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북극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별자리이면서도 누구나 한 번만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서 가을철 밤하늘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는 일등공신의 별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가을철에 관측 이 용이한 중요한 별자리로는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 그리고 페르세우스자리 등이 있다. 눈치 빠른 분은 이 별자리들 사이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아셨을 것 같다. 열거한 네 개의 별자리는 하나의 스토리에 모두 담겨 있다.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페르세우스 편에 등장하는 주조연급 별자리 들이다.





별자리 신화와 밀접한 가을밤하늘


부부 사이인 제우스와 헤라 사이가 아닌 제우스와 인간 여인인 다나에의 아들로 태어난 페르세우스가 괴물의 목을 베러 다녀오는 그의 영웅담에는 별자리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메두사의 목을 베고 돌아오는 길에 타고 오는 날개 달린 말이 페가수스이고, 그 와중에 에티오피아의 공주인 안드로메다를 바다 괴물과 싸워 구출하여 귀환하니 안드로메다의 모친인 허영심 많은 왕비 카시오페아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출할 때 싸우게 되는 괴물은 현대판 고질라 같은 존재로서, 전설에서는 케투스(Cetus)라고 부르는 거대한 바다괴물이다. 이 바다괴물은 우리나라에서 고래자리로 명명하여 부르고 있는데 별이 대체로 어두워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타이탄’에 페르세우스의 일대기가 잘 묘사되어 있다.




안드로메다-페가수스 자리



가을철 별자리의 중심, 페가수스와 안드로메다


천마(天馬) 페가수스(Pegasus)자리는 가을철의 중심을 이루는 커다란 별자리이다. 가을철은 이 페가수스자리의 중심부를 가지고 사각형을 만들어 가을밤의 사각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을밤의 사각형을 이루는 4개의 별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알페라츠(Alpheratz, 2.06등급)이다. 알페라츠의 특이한 점은 바로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에 공통으로 속해 있는 별이라는 점이다.


안드로메다(Andromeda)자리는 먼저 페가수스자리를 찾으면 앞서 언급했던 알페라츠라는 별 덕분에 거의 자동으로 찾을 수 있는 별자리이다. 안드로메다자리는 알페라츠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뻗어나간 긴 삼각뿔의 형상을 하고 있다. 맨 끝에 그나마 조금 밝은 알마크(Almach, 2.09등급)가 있다. 안드로메다자리에는 사람의 육안으로 보이는 유일한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페르세우스 자리



페르세우스자리


페르세우스(Perseus)자리는 가을에는 항상 카시오페아 자리 바로 밑에서 관측된다. 가을철 별자리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로 풀어갈 때 그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주인공 별자리이다. 미르팍(Mirfak, 1.78등급)과 알골(Algol, 2.06등급)의 비교적 눈에 잘 띄는 별이 있으니 이 두 별을 중심으로 그려 보면 될 것이다.


특히 페르세우스자리와 카시오페아자리 중간쯤에는 10배의 쌍안경으로도 잘 보이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Double Cluster)이 있다. 아주 가까이 오밀조밀한 수만 개의 별들이 약 7천 광년 떨어진 곳에 모여 있다. 조금 큰 천체망원경으로 관측을 하면 마치 보석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아름다운 성단이다.





가을별밤 하늘 보며 힐링 하기


그냥 바라다보는 별밤의 하늘은 감성적으로 ‘별이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까지다. 거기에 덧붙여서 그 많은 별들 중에 별자리 몇 개를 알고 하늘을 올려다본다면 그 맛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가을철 별자리는 이렇듯 다양한 영웅과 재미있는 등장인물로 인해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계절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캠핑 을 하기에 적당한 계절이니 재충전을 위해 어차피 집을 나섰다면 모든 불을 잠시 끄고 멋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이들과 별 여행을 떠난다면 그만한 힐링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