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템즈강은 거대한 폐수 통로로 전락했다. 연어· 송어·농어 같은 물고기가 사라졌고, 오염된 물 때문에 발생한 콜레라로 1849~54년 사이에는 무려 4만여 명이 숨지기도 했다. 1950년까지도 템즈강은 산소가 거의 없는 죽음의 강이었다. 산소를 직접 주입하고 쓰레기 투입을 막는 등 오랜 노력 끝에 강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1883 년 사라진 연어가 다시 나타난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도시, 친환경 도시였다. 인구 85만 명인데 자전거는 100만대를 넘을 것이라 한다. 어디를 가든 인도의 절반은 자주색으로 칠해진 자전거 전용 도로였다. 보행자는 그 길을 피해 걸어야 한다. 암스테르담 주민의 출신국은 무려 200개국이다. 남을 인정하고 ‘다름’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로움과 화합·공존의 미덕이 온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도시가 꼭 커야 살기 좋고 행복한가. 대도시여야 기업 유치에도 유리한가. 아니다.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의 본사는 인구 9,000여 명에 불과한 스웨덴 알름훌트에 있다. 이케아는 지역 농민들의 소박하고 검소한 전통문화를 기업 이념으로 브랜드화했다.
2만여 명이 사는 스위스 브베의 지역 농축산물을 유아용 시리얼로 창업한 기업이 네슬레다. ‘미국에서 가장 푸른 도시’로 꼽히는 포틀랜드(오리건주)는 인구 61만여 명이다. 도시 전체에 산책로, 조깅코스가 깔려 있다. 이런 환경에서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가 탄생했다. 포틀랜드는 시 정부가 앞장서 대형마트인 월마트 확장 저지 정책을 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역력(地域力)이라는 말이 있다. 가족력·둔감력 등 뭐든지 ‘력(力)’을 붙여 신조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에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등장한 개념이다. ‘시민들이 거주지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힘’을 말한다. 6,300여 명이 사망한 미증유의 재난 대처가 관청의 행정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경험이 지역력 개념을 낳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새로 취임한 춘천시 장의 인사말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대도시를 흉내내고 따라가기보다 다른 도시가 갖지 못한 우리만의 자원으로, 아이디어로, 상상력으로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구절이었다. 나도 공감한다. 그 말대로 시민이 함께하는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춘천만의 지역력을 제대로 살리고 발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