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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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1

2018.8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이웃
개인전 여는 서양화가 김대영 작가
“작품 속 점(dot)은 자연의 응축된 에너지”

어느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고 노래했지만 화가 김대영의 작품은 조금 물러서서 볼 때 가장 잘 보인다. 세월의 무게만큼 휘어져 올라간 소나무가 마치 튀어나올 듯한 그림 앞에서 한동안 제압당한 낯선 경험을 했다. 가만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온통 점이다. 식자들은 ‘신인상주의의 점묘법’이라고 표현한다. 점을 찍어 100호 가까운 그림을 완성하다니…. 날카롭고, 신경질적이고, 까칠(?)할 것만 같은 김대영(59)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어렸을 때 지역에서 열리는 사생대회에 나가면 빠지지 않고 상을 받아왔죠. 그림 그리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왕자표 3단짜리 크레파스를 부모님께 선물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걸요.”

예상과 달리 김대영 작가의 인상은 딱 인상 좋은 이웃집 아저씨다. 남다른 그림 재능으로 춘고 미술반을 거쳐 서울대에 입학했다.


“화가는 춥고 배고픈 직업인데 왜 반대가 없었겠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미대에 진학하겠다 하니까 바로 집에서 쫓겨났죠. 학교 미술반에서 매트리스 깔고 숙식하면서 1주일을 버티니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그의 대학 입학 무렵인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는 우리 현대사의 격변기였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그의 작품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울분과 격정이 그의 캔버스를 가득 메웠다.


“2005년 이후부터는 주로 자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정선 카지노 가보셨나요? 강원랜드는 쉽게 말해 폐광지역 위에 세워진 화려한 모습의 환락가잖아요. 화려한 모습에 감춰진 이면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하다가 찾은 게 점이었어요. 산을 좋아해서 젊었을 때부터 많이 다녔는데 기도하는 분들을 보고 샤머니즘의 신비한 기운을 느꼈죠. 점은 응축된 자연의 잠재된 에너지를 표현합니다.”


그는 서울 백송미술관에서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100호 이상의 대형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제는 존재의 가벼움을 넘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넝쿨, 풀꽃, 새싹 등을 소재로 겉모습 같은 여건이 미약하지만 존재의 의미가 미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가 그리고자 하는 큰 주제는 ‘후손한테 물려줘야 하는데 없어지고 훼손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이란다. 자연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당부한다.


해마다 크고 작은 연합전이나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는 올해도 강행군을 이어간다. 8월 초 산과 함께 그룹전과 10월 한국구상대제전의 초대작가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가 있고, 11월에는 춘천 갤러리 4F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당장 9월부터는 속초 피노디아 테마파크 입주작가로 약 1년 동안 활동하게 됐다.

종이 위 점들이 공간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완성되는 작가의 작품은 자신이 원하는 따뜻한 세상을 그리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