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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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3

2019.8
#봄내를 꿈꾸다
봄내골 장수 가게 6
춘천주물점 since 1948
3대째 가업 이어… 5만점 철물가득 만물상




조선 말기 가톨릭 박해를 피해 양구에 온 신자信者들은 생계를 위해 화전火田을 일구고 가마를 만들어 항아리를 구웠다. 이산 저산을 다니며 산나물과 산약초를 캐기도 했다. 항아리와 산나물, 산약초가 어느 정도 양이 되면 배후령을 넘어 춘천에서 팔아 소금으로 바꿔갔다. 그 무리 안에 춘천주물점을 시작한 고 최영준 씨도 있었다.


“1945년 광복이 되고 양구가 위도 38도선을 기준으로 반으로 나뉘었지만 얼마 동안은 평소처럼 남과 북을 오고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아버님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제사가 있어 춘천으로 내려오셨다가 갑자기 북쪽에 있는 집으로 갈 수 없게 되시면서 춘천에 자리를 잡으셨다고 해요.”


“지금 중앙시장 자리에 적산가옥들이 있었는데 1층 공간은 기둥만 있고 2층에 살림집이 있는 구조였다고 해요. 1층 공간이 비어 있으니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요. 저희 아버님도 1948년에 지금 가게보다 조금 위에서 춘천주물점을 열고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해요.” 40년째 가업을 이어받아 춘천주물점을 지키고 있는 며느리 김혜자(61) 씨의 말이다.


춘천주물점은 고 최영준 씨 아들인 2대 최춘일(62) 대표와 아내 김혜자 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14평의 가게 안에는 5만여 점의 철물들로 가득하다.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는 만물상이다. 최 대표는 1979년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사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사람은 한 우물만 파고 곁눈질하지 말라” 는 아버지의 말씀에 1981년부터 가게를 지키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최 대표의 아들인 최정의(36) 씨가 3대를 이어 춘천주물점 일을 배우고 있다.



“아버지가 늘 계란장사는 계란만 팔아도 굶어죽지 않다고 하셨어요. 철물은 ‘목돈을 넣고 푼돈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내 없이는 사업이 쉽지 않아요. 철물 하나하나에 다 쓰임이 있어서 철이 지났다고 버리거나 박리다매로 팔 수 없어요. 사실은 아버지 살아계실 때까지만 장사하고 그만두려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7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그간의 노력과 값진 결과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도저히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가게 안에는 철물이 가득하지만 초창기에는 주물만 팔았어요. 그래서 춘천주물점이죠. 주물로 만든 농기구는 당시 인기가 최고였어요. 홍천, 화천, 양구 등 주변지역에서 농사짓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달구지를 끌고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지요. 한창 장사가 잘 될 때는 돈을 자루에 담아 은행에 가져다주면 거기서 셌다고 아버지가 자랑을 하곤 하셨어요.”


“지금은 예전만큼 호황은 아니지만 가게가 오래되다 보니 가게를 기억하고 찾아주시는 손님과 멀리서 소문을 듣고 오시는 손님분들이 있어 늘 감사해요.”


최 대표 부부는 매일 아침 6시면 어김없이 가게 문을 연다. 손님들이 주로 오전 시간에 많이 찾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100년 이상을 이어 온 장수가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대째 가게를 이어온 최 씨 부부에게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은 든든한 후원군이다. 늘 변치 않는 모습으로 대를 이어 지키고 있는 춘천의 장수가게들을 응원한다.


주소 I 춘천시 중앙로 81-3

연락처 I ☎255-3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