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후딱 끝내고 학교 텃밭에 모인 아이들. 탐스러운 채소 따는 재미에 푹 빠 진 이들은 텃밭가꾸기 동아리 ‘흙사랑’ 회원들이다.
작은 텃밭엔 10여 가지 채소가 주렁주렁 상추, 쑥갓, 케일, 실파…
싱싱한 자태를 뽐내는 쌈 채소 옆으로 토마토, 가지, 오 이, 호박,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조심스럽게 따서 바구니에 담는 아이들의 얼굴은 탱글탱글 방울토마토 같다.
때깔 좋은 가지를 손에 든 김경섭(5학년)군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다.
“두 달 전쯤 모종을 심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열매가 달렸네요. 원래 가지를 싫어하는데 내가 직접 심은 거니까 엄마한테 요리해 달래서 한번 먹어봐야겠어요. 왠지 맛있을 것 같아요.”
오늘 수확한 채소들이 평상에 펼쳐지고 각자 먹고 싶은 것들을 담은 비닐봉지가 두둑해지자 김덕수 담당교사의 손길도 바빠졌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맛있게 요리해 먹어라.”
일일이 봉지를 묶어주며 건네는 말 한마디에 애정이 묻어난다.
학생들이 텃밭에서 채소를 따고 있다.
배신하지 않고 탐스럽게 달려준 열매, 고마워요
학교 뒤편 자투리땅에 소박한 농장을 만들고 ‘흙사랑’이라는 텃밭가꾸기 동아리 활동을 이어온 게 6여 년째. 아이들은 야리야리한 손으로 땅을 파 모종을 심고 가꾸면서 농부의 땀방울을 생각하게 됐고 수확의 기쁨도 맛보았다. 무엇보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다는 게 큰 공부다. 현재 흙사랑 회원들은 총 20명. 이들은 정해진 활동시간(목요일 1시)뿐만 아니라 수시로 와서 풀을 뽑아주고 물도 주면서 애정을 쏟는다.
동아리장을 맡고 있는 전세빈(6년) 양은 “자꾸만 와서 보게 돼요. 처음 모종을 심었을 땐 이게 열매를 맺을까 믿어지지 않았는데 탐스럽게 열리니 너무 신기했어요. 모르는 것은 선생님께 여쭤보면서 아기 돌보듯 정성껏 관심을 가졌더니 배신하지 않고 수확물을 안겨줘서 고마워요.”라며 즐거워했다.
무공해로 키워 마음 놓고 따 먹죠
‘흙사랑’이 키워낸 채소들은 무공해를 자랑한다. 농약 대신 먹다 남은 우유를 뿌려 진딧물을 없애는 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길렀기 때문에 아이들은 오며 가며 마음 놓고 열매를 따 먹곤 한다.
유치원 때부터 아토피로 고생했다는 이예은(6년) 양은 “항상 먹을거리를 조심해야 하는데 무공해인걸 아니까 걱정 없이 먹어요. 얼마 전엔 상추랑 오이, 고추를 따다가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어요. 식구들이 ‘시장에서 사온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싱싱하고 맛있다’고 해서 제 어깨가 으쓱해졌지요.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셀 수 없이 손이 가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걸 알고 나니까 작은 채소 잎 하나라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연신 수확물을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