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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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3

2019.8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그림 그리고 시 쓰는 두부집 할머니
서면 방동리 최양숙 씨


“서면에 가면 그림 그리고 시 쓰는 두부집 할머니가 있어요. 같이 가볼래요?”

지인이 이끌어줘 처음으로 가본 곳. 방 안 가득 한쪽 벽면에 꽉 채워진 그림들과 글들.

세월이 주는 힘인지 진한 여운이 남겨져 있다. 할머니는 어떻게 그림과 글과 인연을 맺었을까.


“그냥 어느 날인가 그리고 싶었어요. 2010년에 처음 그림을 그렸어요. 어느 날 아침 닭이 막 울어서 시를 썼어요. 그리고 그날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 처음 그렸어요. 하나씩 그려서 벽에 붙였는데 사람들이 괜찮다 하더라고.”

그림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최양숙 할머니(65).


“이 그림은 저어기 북산면 내 고향집이야. 수몰이 되어 갈 수 없는 곳인데 어느 날 내가 살던 그 집이 생각이 나서 그렸어. 그리고 저건 나 어릴 적 초등학교, 그리고 저 그림은 일찍 세상을 떠난 친정오빠. 그리워서 그리고 써봤어.”


한쪽의 액자 그림은 집 앞 복숭아나무라고 했다. 올해 잘랐는데 그 전에 그려 놓기를 잘했다고 기뻐하신다.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렇듯 할머니는 그림마다 글마다 빠짐없이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많은 그림과 글 속에서 ‘왜로운 나무’가 특히 인상 깊었다. 틀린 맞춤법이 할머니의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왜 제목이 왜로운 나무인지 물어보았다.


“응, 내 맘속 왜로운 나무야. 누구나 다 있잖아. 사람이 많고 형제가 많고 해도 어느 날은 내 맘을 읽어주는 사람 하나가 없구나 느껴. 그렇지 않아? 내가 뭘 하고 싶어도 덥석 내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 그게 사람이야. 그래서 왜로운 나무야.”

일이 바빠 요즘은 더 못 그린다고 하시지만 앞으로도 글, 그림과 친구로 지낼 최양숙 할머니의 새로운 작품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