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베이징 퉁저우에 지은 집
막내는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아침마다 기타 모양 빵을 먹는다. ‘마법의 성’ 노래를 배운 날에는 ‘마법의 성’ 모양 빵을 만들었다. 지난 주말에는 기타 모양 빈대떡을 만들었다. 모두 취사용 3D프린터로 만들었다. 3D프린터에 3차원 도면 데이터를 입력하고 분말 식재료를 넣으면 프린터가 인쇄물 출력하듯 음식을 만들어낸다. 2016년 7월, 영국에서 3D프린터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국내팀이 제작한 전기자동차. 시운전도 가능하다.
인쇄는 평면(2D) 위에 무엇인가를 그려내는 작업이다. 잉크로 글씨, 그림, 사진을 그려서 보여준다. 반면, 3D프린팅은 그림 대신 형상을 만든다. 치약처럼 짜내어 굳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디다스는 운동화를 3D프린팅 기술로 만든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항공기 엔진용 터빈, 프로펠러 등 항공용 엔진 부품 10만 개를 내년까지 3D프린터로 찍어낼 계획이다.
이미 두개골, 임플란트, 수술 도구, 자전거, 칫솔 등 많은 제품이 3D프린터로 제작되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중국 건축회사 윈선(Win Sun)은 2015년에 3D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찍어냈다. 미국 비영리 사회적 기업 뉴 스토리(New Story)는 중남미 빈민층에게 10평 크기 주택을 70만원(6천 달러)에 제공한다. 입주자가 설계에도 참여한다.
3D프린팅의 특성은 대량생산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맞춤형 물품을 만드는 것. 악기, 자동차 등을 원하는 사이즈에 맞게 만들 수 있다. 이미 맞춤형 3D프린팅 재킷이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2014년, 미국에서 3D프린팅으로 전기차 스트라티(Strati)가 제작되었다. 2016년에는 자율주행버스 올리(Olli)도 만들었다. 자동차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실리콘으로 찍어내는 것은 물론 혈관이나 뼈 등 인체 기관을 찍어내는 기술도 주목받는다. 이를 ‘3D 바이오프린팅’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인공장기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보았다. 스웨덴에서는 완전한 연골조직을 제작했다. 기존 뼈보다도 더 좋은 가볍고 단단한 인공 뼈를 인간에게 적용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치과에서는 3D스캐너로 구강 구조를 촬영, 임플란트 및 치아 보정에 활용하고 있다. 우주기지 개발에도 3D프린터는 유용하다. 인간이 행성으로 보낸 3D프린터가 우주기지를 완성하면 사람이 가는 방식.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구상 중인 프로젝트다.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인공심장
신기한 조형물로 가득 찬 미래 도시
3D프린팅은 조금만 배우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 ‘3D프린터 가격’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100여 개의 제품이 나온다. 스마트폰보다 싸다. 3D프린팅 시대, 소꿉장난하는 아이들은 무엇을 만들까? 3D프린터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성인인 된 세상은 온갖 신기한 물체로 가득 찬 ‘마법의 성’일 것이다. 건축물의 외형은 얼마나 기묘할까? 이동수단은 어떤 모습일까? 무지 웃기거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기상천외한 모습일 것이다.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3D프린터를 만든다고? 이미 자기복제 프린터가 등장했다. 3D프린터가 자신을 복제해 3D프린터를 만드는 것. 현재는 플라스틱 부품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곧 금속까지 가능해진다.
2013년 5월, 미국 비영리기업이 3D프린터로 권총을 제작, 설계도면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미국무부가 설계도면 공개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미 다운로드 10만을 돌파한 후였다. 2014년 일본에서 3D프린터로 찍어낸 권총 5정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체포되었다. 우리 가정에도 보급되기 시작한 3D프린터, 누가 무엇을 만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는 이미 4D프린팅을 생각하고 있다. 4D는 ‘입체에 더해진 시간’이다. 4D프린팅으로 출력된 물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진동, 중력, 밝기, 온도 등에 반응한다. 집이나 자동차가 계절에 따라 모습이나 색상을 달리한다. 잠자는 공주인형이 아침에 일어나니 백마 탄 왕자가 되어있다. 이러한 기술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독자 여러분도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자.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 사진 연합뉴스
음악과 명상에 대한 8권의 저서가 있다. 향상된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연구한 <미래예술은 어떤 모습일까>를 집필 중.
김진묵악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