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초롱꽃, 붓꽃, 큰까지수염, 원추리, 해바라기, 꽈리, 채송화, 키다리 국화 등 꽃과 야생화가 도시 한복판 아파트 화단에서 계절의 향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석사동 두산아파트에서 3년째 화단을 가꾸고 있는 주민 홍현무(80)씨의 정성 덕이다.
홍 씨는 동대표를 맡고 주변을 둘러보다 황량한 화단이 안타까워 꽃을 심기 시작했다. 홍천농고 교장 등 40여 년의 교직생활 중에 학교 화단에 야생화를 가꾸었던 경험을 살렸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화단을 돌본다. 한낮에도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손주처럼 애지중지한다. 문 닫은 화원에서 꽃을 얻어오기도 하고 야외에 나가 손수 씨앗을 채종 하기도 한다.
화단을 가꾸며 나름의 법칙도 생겼다. 1년생보다는 다년생을, 꽃을 화단에 바로 심기 보다는 작은 플라스틱에 먼저 심어 적응력을 키운다. 적응이 다 됐다 싶으면 화단 곳곳에 옮겨 심고 돌에 이름을 써 꽃 앞에 둔다.
작은 화단이지만 정성껏 가꾼 노력으로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향기로 다가온다. 이웃아파트 주민들까지도 봄부터 가을까지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작은 것이지만 선뜻 나설 수 없는 일을 앞장선 어르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