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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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0

2018.7
#봄내를 품다
김호섭의 별의 별이야기 7
별들이 흐르는 강,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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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흐르는 강, 은하수(銀河水)




별쟁이들에게 밤하늘의 로망은 단연 은하수(銀河水·Milkyway·미리내)이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변방에 위치한 태양계(지구)에서 바라다본 우리 은하의 중심부 모습이다. 은하는 옆에서 보면 납작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심부 또한 밤하늘에서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은하수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이 흐르는 강’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2016년 8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찍은 은하수, 김호섭



은하수의 계절이 돌아오다


7월은 은하수가 밤하늘을 수놓는 계절이다. 우리가 사진으로 보는 화려한 은하수 사진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흔히 보는 은하수 사진은 보통 카메라를 고감도로 설정하고 장노출을 줘서 사람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희미한 부분과 색깔까지 담아낸 것이다. 따라서 맨눈으로도 그러한 멋진 은하수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자. 실제 눈으로 보는 은하수는 흐릿한 회색 정도의 띠로 보인다. 전문가가 옆에 서 도와주거나 훈련이 되지 않으면 그조차 식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번 인식을 하게 되면 그 감동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맨눈으로 은하수 보기


은하수를 육안으로 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달빛이 없거나 밝지 않아야 한다. 즉, 보름 전후로는 날씨가 아무리 맑아도 은하수를 보기가 어렵다. 달빛이 광공해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맑은 것은 기본이고 미세먼지도 적고 습도도 낮아서 투명도까지 좋아야 한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데 구름은 없지만 미세먼지가 나쁨이거나 습도가 높으면 은하수 보기가 어렵다. 셋째로 주변에 가로등이 없거나 하늘 방향으로 빛이 비추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측 요령인데 눈에 힘을 풀고 한마디로 멍한(?) 시선으로 밤하늘을 가능한 넓게 본다는 생각으로 올려보면 은하수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은하수를 찾으려면 견우·직녀성을 먼저!


그렇다면 하늘 어디서 은하수를 찾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쉽게 얻으려면 여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 몇 개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지난 6월호를 참고하여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르는 세 개의 별을 우선 찾아보자. 대삼각형의 세 꼭짓점에 해당하는 별은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와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직녀성) 그리고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견우성)이다. 긴 이등변 삼각형을 연상하면 되는데 긴 변의 끝에 있는 별이 알타이르이다. 여름철 동쪽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들이므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세 별이 떠오르는 순서는 베가(직녀성), 데네브, 알타이르(견우성)이다. 7월쯤 밤 10시경이면 직녀성은 머리 위로 올라온다.


은하수는 십자가 형상의 백조자리 꽁지별인 데네브를 관통하여 직녀성과 견우성 사이로 지나되 약간 견우성 쪽으로 치우쳐 있다. 점점 오른쪽으로 가면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남쪽 끝으로 가서 만나는 별자리가 궁수자리와 전갈자리의 꼬리 부분이다. 여기서 은하수가 직녀성과 견우성 사이를 통과한다는 사실은 칠월칠석의 전설을 떠올리면 금세 이해가 될 것이다. 오작교가 놓이려면 그 사이에 강물이 흘러야 하고, 그 강물이 전설 속의 은하수인 것이다. 따라서 여름밤에 눈에 잘 띄는 별 두 개로 남녀(견우와 직녀)를 지정하고 그러한 전설을 만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진 김호섭



밝아지는 도시, 멀어지는 은하수


지난 10년간 별관측소를 운영하며 방문객에게 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곤 한다. 보았다고 손을 든 사람은 1%가 되지 않는다. ‘은하수’라는 단어의 친숙도와는 다르게 현실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은 극히 드물며 게다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의 사람들은 그 비율이 더 낮아진다. 30~40년 전에는 멀리 야외로 나가지 않아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은하수가 그동안 늘어 난 광공해로 인해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점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도시는 야간 경관을 인공불빛으로 밝히는 데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은하수를 직접 볼 수 있는 삶을 맛보게 해 줄 것인가. 이 점이 별쟁이로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남은 생의 짐처럼 느껴진다.





필자가 근무하는 강원도청소년수련원 별관측소를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서 환상적인 은하수의 중심부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연중무휴. www.gyst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