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치매안심센터 7월 중 개관
100세 시대가 코앞이다. 길어진 수명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건 ‘과연 끝까지 건강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살면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치매는 누구나 피하고 싶은 노년의 복병이다.
정상적이었던 뇌기능이 손상돼 기억력과 판단력, 언어 능력, 사고력 등이 떨어지는 치매는 가족들의 일상까지 살얼음판으로 만든다.
가족카페, 쉼터 갖춘 치매전문기관
고령화시대에 치매로 고통 받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젠 치매가 가정사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됐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춘천시치매안심센터(센터장 함수근)가 석사동 스무숲에 문을 연다.
옛 중앙병원건물 3, 4층을 리모델링한 치매안심센터는 경증치매환자를 위한 쉼터와 가족카페, 프로그램실, 상담실 등을 갖추고 이르면 7월 중순쯤 개관할 예정이다. 그동안 춘천시보건소에선 치매관련사업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공간적, 경제적 한계로 만족할만한 서비스가 쉽지 않았다. 이제 치매만 전문으로 관리하는 독립된 기관이 생김으로써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어깨가 한층 가벼워질 전망이다.
치매예방교육과 정서지원프로그램 운영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업은 치매조기검진서비스다. 만 60세 이상 춘천시민이면 누구나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이상이 발견되면 정밀검사와 치매원인 확인검사까지 해준다. 검사결과 정상이면 1~2년에 한 번씩 무료 검진과 기억력관리, 치매예방교육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등급 외 치매환자)일 경우엔 센터의 치매환자 쉼터에서 진행하는 인지건강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기검진도 꾸준히 받는 등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쉼터엔 응급상황을 대비해 간호사가 상주하고 작업치료사가 운동치료, 원예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인지자극 프로그램과 함께 정서지원프로그램도 운영해 치매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돕는다.
치매로 확진되면 치매환자로 등록, 병원연계와 함께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인식표와 배회감지기를 무료로 나눠줘 혹시 있을 불상사를 예방하고 치료관리비와 기저귀, 물티슈, 식사용 턱받이 등 조호물품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치매환자 맞춤형 사례관리, 예방관리교육 및 시민대상 인식개선 캠페인 등 다양하고 폭넓은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다.
가족의 고통 “함께해요”
센터에 마련된 가족카페는 누구보다 힘들 치매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환자 가족끼리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며 자조모임을 통해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치매환자를 돌볼 때 필요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음악치료, 레크리에이션 등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해 돌봄에 지친 가족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
춘천시치매안심센터 한영호 주무관은 “치매 유무를 떠나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들러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하고 인지건강 도움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가족에겐 돌봄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내는 공간이 되고요. 치매가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갈 수 있도록 센터가 함께하면서 힘껏 지원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의 ☎250-4004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었죠”
방진영(54) 씨가 어머니(77) 손을 잡고 춘천시보건소를 찾은 건 작년 12월 초.
“어머님이 금방 했던 행동을 기억 못하거나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일이 잦아지셨어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치매선별검사를 받은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였다. 당시 아버님(83)도 파킨슨병으로 치료중인 상태에서 어머니까지 치매라는 현실을 진영 씨는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10년 전, 이미 치매 예방처방을 받으시고도 자식들 걱정한다고 말씀을 안 하신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자식으로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하고 죄송했습니다.”
보건소의 치매사례관리 서비스가 바로 시작됐고 지방에서 일하는 그를 대신해 간호사가 찾아와 투약관리는 물론 일상 관리나 말동무 등 세심히 돌봐줬다. 그 덕에 맘 놓고 일할 수 있었던 진영 씨.
그는 치매안심센터의 개관을 반기면서 “치매환자나 가족에게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