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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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9

2018.6
#봄내를 만나다
스페셜
호국보훈의 달 특집
마지막 한명까지 조국의 품으로

북산면 부귀리서 6·25 전사자 유해 발굴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오전 6시 56분.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유해발굴 현장 취재 지원할 8713부대 전광렬 소령입니다. 0900에 부귀고개 정상에서 만나 발굴지역으로 안 내해 드리겠습니다.”


오전 9시를 조금 넘겨서야 도착한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의 물안마을 입구. 구불구불 고갯길을 오르자 오항리와 부귀리의 경계인 부귀고개 정상에 서 두 명의 군인이 필자를 기다린다. 이번 취재의 안내자가 되어 줄 전광렬 소령과 박재현 상사이다.


“안녕하십니까. 올라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기부터는 길이 약간 험해 저희 차로 이동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륜구동(4WD) 작전차량으로 바꿔 타고 고갯마루 옆의 임도를 따라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비교적 넓은 길이지만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땅은 약간 질척이고 울퉁불퉁하다. 대략 6km의 거리. 35분 걸려 도착한 곳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다.


“여기부터는 산을 타야 하는데, 조금 힘드실 겁니다.” 차창호 중령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길이 아닌 가파른 산길을 5분여 오르자 바로 보이는 능선. 등산객이 다닐법한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들어온 길로 다시 향한 발걸음. 걱정했던 것 보다는 수월하다.


“지금은 등산로인 이곳은 당시 치열했던 전투 현장이었습니다. 국군 6사단 7연대 전투상보와 유엔군 미 제7사단, 중공군 20군 기록 등에 의하면 이 곳에서 세 번의 큰 전투가 있었습니다. 1950년 6월, 같은 해 10월경 그리고 다음해인 1951년 4~5월입니다.


마지막 전투가 지암리-화천저수지(파로호)전투인데 가장 치열한 전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상자가 있었고 육이오참전자 분들과 오항리 동네 어르신들도 그렇게 증언해 주고 계십니다. 그 기록을 토대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는 2011년부터 죽엽산군 부귀고개를 집중 발굴해 오고 있습니다.”




걷다보니 눈에 띄는 철사 줄. 나무 사이를 두세 줄로 연결해 놓은 사이로 잎이 파고들고 진달래가 피었다.


“전쟁 중 설치한 38선이라고 합니다. 일반인분들은 잘 모를 겁니다. 이걸 보면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녹슨 철사 줄 너머로 지금은 소양호농어촌인성학교로 이름을 바꾼 오항리의 옛 학교가 보인다. 그 아래에는 잦은 비행 폭격으로 온 가족이 우두벌에서 이 마을로 피신해 든 당시 열 두 살의 이복재(80·사진) 어르신이 여전히 주민으로 살고 있다.


“전쟁 중에 어른들은 밥을 지고 나는 국을 들고 해서 산으로 군인들 밥을 져다 날랐어요. 군인들도 배고파서 고생했고 옷도 젖으면 그게 잘 안 마르니 무척이나 힘들어했죠. 무엇보다 먹을 게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산길 중간 중간 보이는 구덩이. 맷돼지가 사는 걸까. “지금 보시는 이 구덩이들이 발굴한 자리입니다. 내일 발굴 조사가 종료되면 다음 주 부터는 일주일간 복토를 하게 됩니다.”

2km쯤 걸어오니 바닥에 정리돼 있는 짐들이 보인다. 봉우리 뒤편에서 장병들의 발굴이 한창이라고 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정규태 대위가 바로 달려왔다.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죽엽산군 종로봉 647고지입니다. 이 능선에 우리 군이 맞은편에 중공군이 있었습니다. 현재 150여 명의 대대원이 50명씩 세 조로 나뉘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원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발굴을 하는 건, 그렇게 해야 흙이 덜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부귀고개에서는 17구의 유해가 발굴되었다. 올해는 유품류 중 탄피 571점과 전 투화 밑창 및 수저 8점, 미군 전투식량 뚜껑 등을 찾아냈다.


“올해 한 점의 유해도 발견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내년에도 발굴은 지속됩니다.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찾는데 저희 부대원들이 함께 하게 되어 감회가 깊습니다. 시민 분들의 관심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 랍니다.”

같은 시각 국방부 유해발굴팀이 사북면 고탄리에서 유해를 발견해 수습 중이라는 안도의 소식을 전해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육군본부에서 한시적으로 시작된 유해발굴 사업은 2005년 조직을 보강하며 2007년 1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 정식 창단했다. 이후 법령을 마련해 국가영구사업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2011년에는 한·미 유해발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아군과 북한, 중국군을 포함하여 총 11,206구의 유해를 발굴하였다. 지역별로는 강원지역 5,735구, 경북지역 2,452구, 경기지역 1,999구로 강원지역이 가장 많다. 강원지역 내에서는 양구와 인제 지역이 각각 1,334구, 1,244구로 가장 많은 유해가 발굴되었고 춘천지역에서는 총 343구의 유해가 발굴되었다.


11,206구의 유해 중 신원 확인이 된 유해는 현재까지 127구에 불과하다. 춘천에서는 2012년 동산면 군자리 모래재에서 발견돼 2013년에 신원 확인된 고 김세한 순경이 유일하다. 2009년 딸이 미리 유전자 시료 채취를 해 두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신원확인을 위한 단서 제한으로 DNA 검사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직계 유가족이 감소함에 따라 전후 2~3세대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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