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기운이 남아 있지만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4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전 서면 서상초등학교(교장 박교원)를 찾았다. 잔디가 곱게 깔린 운동장 너머 아담한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 아이와 학부모들이 나무로 냄비받침을 만들고, 찰흙으로 꽃병을 만든다. 교실에서는 원하는 제품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3D프린팅 작업이 한창이다. 아이와 부모가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DIY(Do It Yourself)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서상 메이커스’ 동아리다.
온가족이 학교가는 날
학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도예 작업을 하며 생활에 필요한 꽃병을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토요일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한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만든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평소 생활용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부분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개선점을 찾아 만든다.
아이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은 어른들이 도와주고 어른들 이 모르는 부분은 아이들이 이야기해 준다. 나무로 냄비받침을 만들던 학부모 박연주(38) 씨는 “목공에 쓰이는 연장 들은 종류가 많다. 연장의 쓰임새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아이로부터는 학교생활과 요즘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김유순(5학년) 군은 “엄마와 함께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다 보면 평소 못했던 이야기도 하게 되고 만들기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다.”고 하고,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 정윤희(41) 씨는 “동아리 활동 을 함께 하며 평소 아이의 수업 태도와 학교생활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아이를 이해하는 도움을 받고 있다.” 고 장점을 말했다.
‘3D’로 꿈꾸는 미래
서상초등학교는 2013년 ‘삼성주니어소프트웨어 아카데미’ 학교로 선정되어 태블릿 PC, 노트북, 무선장치 등을 지원받아 2015년부터 양방향 소통을 통한 스마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물건을 3D 프린터를 사용해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냄비받침에 열센서를 설치하는 등 ‘서상 메이커스’는 물품을 만들고 그 물품에 첨단기술을 접목한다. 물품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서상 메이커스’ 지도하고 있는 구선모(41) 교사는 동 아리활동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서상초등학교의 소프트웨어 챌린지”라고 했다. 목공작업, 도예작업, 컴퓨터 3D작업 등을 통해 제품을 만 든다.
일찍 스마트기기를 배우게 되면서 박정후(2학년) 군은 제작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커서는 3D 디자이너와 영상을 찍는 크리에이터가 될지 고민하고 있다. 로봇을 좋아한다는 손지원(4학년)군은 “3D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만들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 3D를 이용해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냄비받침을 디자인하고 나무로 직접 만든다.
작지만 강한 교육… 전교생 60명 중 40명 참여
서울에서 생활하다 춘천으로 이사 온 박찬령(39) 씨는 “흔히 시골학교 하면 첨단기술을 이용한 교육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IT기기를 만지고 활용하는 첨단 교실에 서 작지만 강한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춘천에 온 것이 잘한 선택이 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민영(41) 씨는 “동아리활동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아이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 즐겁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전교생이 60여 명인 작은 학교에서 4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인기 동아리 ‘서상 메이커스’는 아이와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과의 소중한 소통의 공간”이라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