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평2동 한신 아파트 정문에서 좌측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우리 기름 방앗간’이 나왔다. 춘천 시니어 클럽(관장 김시재)에서 운영하는 방앗간이다. 여러 명의 70대 어르신들이 유니폼을 입고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에 문을 열어 33명이 5~6명씩 6개 팀으로 나뉘어 일을 한다. 각 조는 매주 하루 4시간씩 2번 근무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두 팀으로 나뉘어 교대로 일한다.
“깨를 볶고, 기름틀을 조작하고, 병에 담아 마무리하고, 배달하고 저마다 맡은 일이 달라 의견 충돌이 없어요. 오랜 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동기간보다 더 정이 깊고 분위기가 좋아 늘 웃음소리와 정담이 끊이지 않아요”라며 김명자(78) 작업반장이 자랑한다. 항상 웃음꽃이 가득한 잔칫집 같아서인지 손님이 다른 기름방앗간 보다 배는 넘는단다.
추수가 끝난 늦가을이나 명절 밑에는 일거리가 너무 밀려서 교대 근무를 하는데도 쉴 틈이 없다고 즐거운 비명이다. 방앗간이 인기인 이유를 묻자, 시설이 깨끗하고 종사인원이 정직할 뿐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 시중보다 비용이 저렴해서 단골이 많단다. 옥에 티라면 일거리가 너무 많은 것. 바쁜 날엔 잠시도 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다. 그래도 일이 없는 것보다 많으면 괜히 신이 나서 피곤한 줄 모르고 열심히 한다고 했다.
“춘천시에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신청하면 선발과정을 거쳐 여기서 일을 할 수 있어요. 기계조작을 못해도 상관없어요. 차근차근 다 알려드려요. 12년 동안 여기서 일하다 보니 기계소리만 들어도 이상 유무를 알 수 있어요.” 작업반장의 말이다.
3년째 일하고 있다는 한 어르신은 “누가 더 좋은 일자리와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꿔요, 내 체질에는 여기가 안성맞춤이죠, 이래 봬도 우리는 어엿한 직장인이에요”라고 말하자 옆에서 일을 하던 다른 분들도 “우리는 자식들한테 절대로 손 안 벌려요, 여기는 내 집 같은 직장이라 아주 편하고 최고예요.”라고 맞장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