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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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2

2019.7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코코아공방 문춘자 씨
지퍼 NO! 나무 단추 YES!



“소창이 뭔지 아세요?”

“소창이 뭐지?... 막창... 곱창... 이런 건 아는데...”


‘소창’이라는 단어는 꽤 낯설다. 검색사이트에 쳐 보았더니 소창행주, 손수건 등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소창은 성글게 짜인 면직물을 말한다. 의복용보다는 기저귓감 등 위생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소창은 순수 목화로 만들어진 천연 섬유로 삶을수록 질겨지고 하얘지는 특성이 있다.


“저희 친정 어머니가 떡 장사를 하셨어요. 소창으로 행주를 만들어 떡보로 많이 썼죠. 작년 11월 즈음, 봉현선원 스님이 소창이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라는 말씀을 듣고 무턱대고 얻어다가 삶고 다려서 행주도 만들고 수건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드렸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중앙 지하상가에서도 맨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발길도 뜸한 가게 한쪽에 앉아 연신 바느질은 하던 문춘자(57) 씨가 잠시 숨을 고른다.

“소창에 색실로 바느질을 하고, 무늬를 덧입혔더니 꽤 좋아 보이더라구요. 삶고 다림질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지만, 쉽게 쓰고 버리는 것들 대신 친환경으로 된 것들을 많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녀는 ‘환경운동가’라는 거창한 말보다 실생활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실천하고 이웃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환경실천가’에 가깝다.

올 2월에 문을 연 그녀의 공방에는 소창으로 만든 행주, 손수건, 베개보와 광목에 그림을 그려 만든 가방, 앞치마 등 일상용품들이 수두룩하다.


“저는 가방 하나를 만들 때도 지퍼를 달지 않아요. 주로 단추를 사용하는데, 나중에 쓰고 버릴 때 썩을 수 있도록 나무단추를 달죠.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작은 부분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선 환경을 먼저 생각하자라는 원칙이 먼저예요.”

소창행주를 써보라고 권해보면 제일 먼저 돌아오는 답이 “그거 삶기 귀찮아서 어떻게 써요?”란다. 작년에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을 때 카페 등에서 허둥지둥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함부로 쓰고 함부로 버리면 고스란히 환경오염으로 돌아온다는 사실과 함께.


함진 아비가 함을 지고 올 때 함을 받쳐주는 게 소창이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 기저귀로, 또 행주며 손수건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다. 문득 아기 기저귀뿐 아니라, 환경호르몬 검출로 여성 건강에 위협을 주었던 생리대를 소창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주 좋은 생각이죠. 불임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될 수 있다고 봐요. 초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면 생리대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세탁 방법 등의 정보를 주면 건강뿐만 아니라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 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면 나라가 건강해질 것 같다는 문춘자 씨. 옛날 손바느질 하나로 자식들을 키워냈던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진다. 티 나지 않는 소소한 행동이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길을 걷고 있는 그녀가 있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