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을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고 울창한 숲을 일군 이웃이 있다. 나무에 물을 주듯 땀을 흘리며 자신의 삶을 무성한 숲으로 일군 임희방(76) 강원농원 대표. 1992년부터 27년간 자신이 일군 숲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덜어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임 대표는 1994년부터 지금껏 20년 동안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68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학비가 없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온 것이다. 때로는 일부를, 때로는 등록금 전액을 대신 납부했다.
대학생들만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임 대표는 소년소녀 가장의 집을 직접 찾아가 쌀과 라면을 전해주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애인, 노숙인, 월세가 없어 걱정인 이웃,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강원대학교와 애니메이션박물관에 나무를 기증하는 등 사랑을 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임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7남매의 가장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야간으로 다녔어요. 그때 빵도 팔고 경춘선 열차에서 물건도 팔았지만 등록금은 늘 모자랐지요. 낙담하고 있을 때 선생님들이 마련해 주신 돈으로 겨우 학업을 마칠 수 있었어요.”
미국회사의 용역으로 취업한 임 대표는 베트남에서 5년 동안 일하며 받은 월급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알뜰히 모아 근화동에서 강원농원을 시작했다. “사업이 잘되면서 이제는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학금 마련을 위해 3층 건물을 신축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고학을 하면서 다짐했던 일을 실천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키다리 아저씨 임 대표. 자신에게는 인색하지만 어려운 이웃이 있을 때는 팔을 걷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동안 지원한 장학금과 사랑은 어림잡아 12억 원 정도로 큰 금액이다. 하지만 자신이 땀 흘려 일군 숲을 덜어내는 것은 사회 환원이 아니란다. 지난날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이들을 대신하여 진 빚을 갚고 있을 뿐이라고. 아직도 갚을 빚이 많이 남아 있어 알려지지 않았으면 했다는 임 대표가 꼭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다. 나무처럼 올곧게 자라 또 다른 어려운 이웃에게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숲이 되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볼 때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문득 서산대사의 시가 생각났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 내린 들판길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남긴 이 발자국이)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런 이웃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