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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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9

2018.6
#봄내를 품다
춘천의 기념비 18
6.25 반공투쟁 산악대원 전적비
유월, 우리는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하얀 감자꽃밭 너머에서 산 꿩 울어대는 유월의 산하가 싱그럽다. 아름다운 사랑과 희망이 넘쳐나야 할 실록의 계절이지만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이 먼저 떠오른다. 휴전이 된 지 65년이 되었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아직도 서로에게 총 끝을 향하고 있는 현실이다.


참전용사는 물론 이름 없이 스러진 고귀한 희생들을 위한 전적비, 영령 비, 추모비 등이 곳곳에 세워져 있지만 유월이면 아물지 않은 상흔들이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그 유월을 맞아 북한강 하류 남이섬 주변의 전쟁기념물을 둘러본다.


남이섬 뱃터 입구에 위치한

「6·25 반공투쟁 산악대원 전적비」.


남이섬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각국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유명관광지이지만 이 일대에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아픔과 함께 용기와 단합을 이끌어낸 국난극복의 항쟁사가 깃들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한국전쟁 참전 군인을 비롯해 군번도 없는 민간인이 조국을 위해 싸운 노고와 희생이 있었기에 얻은 값진 결과이다.


전쟁 발발로 평화롭던 당시 남면 방하리에도 북한군이 들이닥쳤다. 조국과 내 고장, 내 가족을 지키고자 마을 청·장년들이 자발적으로 반공투쟁 산악대를 조직했다. 주변 지리에 밝은 이들은 춘천시 남면, 경기도 가평, 청평지역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불순분자 제거, 내무서 습격 등으로 북한군과 내무서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많은 전과를 올렸다.


이러한 연유로 방하리는 반동마을로 지목받았다. 전세가 불리해진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주민 47명을 몽둥이, 쇠스랑 등으로 무자비하게 집단 학살한 원통하고 가슴 쓰린 슬픔을 간직한 현장이다.


현재는 비석(사진 왼쪽)과 비문(오른쪽)이 떨어져 있으나 1975년 설립 당시에는 비석 있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 


이들의 자유수호의식과 반공의식 고취를 위해 1975년 당시 춘성군에서 남이섬 내에 화강암으로 높이 192cm, 폭 65cm의 비석을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웠다. 전면에는 당시 박 종성 강원도지사(재임기간 1973~1978)의 글씨로 「6·25 반공투쟁 산악대원 전적비」라고 명명하였다.


별도의 검은 돌(烏石)에는 이들의 넋을 위무하는 비문을 음각하고 뒷면에는 참전대원 이름을 새겨 넣었다. 비문에는 산악대원이 83명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이후 참전 확인된 분들이 추가되어 현재는 11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 남이섬 건너 방하리(문의골길) 산기슭에는 아무 죄 없이 피학살 당한 주민들의 원혼을 달래고자 세운 「반공 피학살 영령추모비」가 북한강을 내려다보며 그날의 아픈 기억을 위로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68년. 얼마 전 분단조국의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협정을 천명했다. 이제 백과사전에 한국전쟁은 진행형이 아닌 1950년에 시작되어 2018년에 끝난 전쟁이었다고 기록되기를 기원한다. 잠시 옷깃을 여미고 다시 한번 비문을 되새기며 고개를 숙여본다. 북한강을 건너온 한 줄기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진혼곡을 연주하는 유월이다.


1985년 6월에 건립된 방하리 「반공 피학살 영령추모비」. 마을 주민 47명이 피학살 당한 비문 속 중국섬은 해방 후 중국인이 섬에서 농사를 지었다하여 중국섬이라 불린 재즈의 섬, 자라섬을 말한다. 추모비를 찾아가려면 남산면 방하로 777 또는 남산면 문의골길 3을 검색하면 된다.  




남이섬 6·25 반공투쟁 산악대원 전적비 비문 

 

내 고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를 홀홀히 버린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의 

얼을 기리며 

여기 유서 깊은 남이섬에 

전적비를 세우다 

 

붉은 무리의 말발굽이 

은혜 받은 우리의 강토를 

짓밟았을 때 

이 고장의 여든셋 젊은이들은 

바위에 등을 대고 풀로 몸을 가리면서 

맨 주먹으로 붉은 무리를 무찔렀다 

 

이제 그들의 슬기와 용기를 길이 

후세에 전하고자 이비를 세움에 

그 이름 길이 빛날 것이다 

조국의 알찬번영과 함께 영원히 

 

1975.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