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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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9

2018.6
#봄내를 품다
김길소의 그때 그 사건 18
서울춘천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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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사회변화가 이뤄진 격랑의 시기에 조용한 ‘봄의 고장’ 춘천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김길소의 그때 그 사건>은 1970년부터 40여 년간 토박이 언론인으로 이 고장에서 일어난 사건과 변화를 지켜본 필자가 그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숨은 일화와 뒷이야기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길이 뻥 뚫렸어요

서울춘천고속도로

지역 최대 숙원 39년 만에 실현






서울춘천고속도로(경춘고속도로) 건설은 봄내골 주민들이 가장 오래 끌어안아 온 사업이었다. 지난 1970년대는 경인·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전국에 ‘고속도로 시대’가 활짝 열린 시기였다. 하지만 국토의 동과 서를 잇는 길목인 봄내골은 항시 뒷전으로 밀려났었다. 이 바람에 푸대접과 함께 전국 도청 소재지 가운데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닿지 않는 유일한 곳이라는 오명을 지녀야 했다.


지난 1971년, 3선 개헌 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 춘천 유세 현장에서 공약으로 처음 거론되기 시작한 서울 춘천고속도로는 39년 동안 섣부른 타령(?)으로만 이어져 오다 지난 2009년 7월에야 드디어 지역 주민들 앞에 벅찬 모습을 드러냈다. 만시지탄(晩時之歎)감이 없지 않지만 변방으로 밀려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섭섭한 마음을 뒤늦게나마 달랠 수 있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을 이틀 앞둔 2009년 7월 13일

하늘에서 내려 본 강촌IC 일대.


서울과 40분…지역발전 가속도


올해로 벌써 개통 만 10년째를 맞은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연장 61.4km로 공사비 2조 1,833억 원이 투입됐다.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롯데건설, 한일건설, 고려개발 등 5개 시공사가 8공구로 나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한 달 늦은 8월 중순 완공 예정이던 것을 동해안 피서객들의 편의를 위해 1개월 앞당겨 7월 15일 개통했다. 서울 강동구 강일IC에서 춘천시 동산면 군자리 남춘천IC를 잇는 서울춘천고속도로에는 강일IC와 미사, 덕소삼패, 화도, 서종, 설악, 강촌, 남춘천 등 8개 나들목과 터널 41개소, 교량 101개소가 설치됐다.


민자 사업자인 서울춘천고속도로(주) 측은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터널과 교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며 직선화에 따른 안전성과 편의성을 내세웠다. 1시간 30분씩 걸리던 서울 춘천 간 이동시간이 40분 이내로 무척 가까워졌다. 그만큼 개통 이후에는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개통 즉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관광객 등 내방객 급증이었다. 갑작스럽게 300% 이상 폭증하면서 잠시나마 소양댐을 비롯한 봄내골 관광지마다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 침체로 울상 짓던 닭갈비, 막국수 업소들도 평균 매출에 30% 이상 늘어나 한 때 밝은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인구 유입 효과도 두드러졌다. 해마다 200~400명가량의 인구가 늘어나 전세 대란까지 일어났다. 아파트와 토지 등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기 목적보다는 노후나 휴식 공간 확보 차원의 거래도 활발해졌다. 투자가치가 적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땅값도 물류비용 절감과 각종 개발 사업에 따른 기대심리로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역대학 신입생의 수도권 학생 비중도 커졌다. 적령인구 감소에도 경쟁률이 높아지는 추세로 보여 대학마다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명실공히 수도권대 학임을 내세우게 되었다. 이처럼 서울춘천고속도로는 개통 10년 동안 각 분야에 걸쳐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효과가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봄내골의 ‘신풍속도’를 엮어가고 있다.





수도권 도시 ‘빛과 그림자’


올해로 개통 만 10년째를 맞은 서울춘천고속도로의 개통식이 2009년 7월 15일 춘천시 동산면 동산영업소에서 열렸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춘천 간 이동시간이 40분대로 가까워졌다.


봄내골 주민들이 열망해 온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빛과 그늘이 함께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길어지는 게 세상의 철리(哲理)이다. 지난 10년간 운행하면서 도출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꼬투리가 되어 이런 기쁨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원래 계획되었던 서울춘천고속도로의 노선과 명칭까지 도중에 바뀌어 준공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말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의 1개 구간으로 포함되고, 춘천 진입로도 중앙고속도로(춘천~대구)에 접목시켜 곁다리 모습이 되었다. 앞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동해안을 왕래하더라도 춘천을 거치지 않고 비켜갈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무리한 민자 사업 추진이 가져온 비싼 고속도로 이용요금 시비는 찔끔 인하되기는 하였어도 아직까지 요금 폭탄(?)이라는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건설 됐다는 비난의 소리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만성적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춘천 청평 간 경춘국도 4차선 확장공사를 1985년 1월부터 1989년 6월까지 가졌다. (1985.1.)


아름다운 북한강 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경춘국도 변의 수려한 경치를 떠올렸던 이용객들의 실망도 여전하다.


“차창 너머 아름다운 경치가 높은 가드레일에 가려져 있는데다 내비게이션에서 들리는 ‘터널입니다’ ‘터널입니다’소리만 듣다 보니 벌써 춘천이었어요.”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산악의 7부 능선을 가로지른 노선책정으로 주변 자연풍경과의 조화를 이뤄내지 못해 경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개통 초기에는 춘천 진입도로가 2차선의 지방도로와 연결돼 시내에서 고속도로를 드나들려면 20~30분이 걸리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아직도 접속도로의 보완과 확장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이 남아있다.



개통식 때는 온의동-칠전동 사이를 달리는 시민기념 달리기 대회가 열리기 도 했다. (1989.6.10)


역사 속에 묻힌 석파령 옛길


내친김에 마찻길조차 변변치 못했던 아득한 전통 사회 시절을 되짚어보자.

높은 산과 깊은 강물이 가로막은 ‘한양 가는 길’은 한마디로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행길이었다. 산이 사방으로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춘천시 서면 당림리와 덕두원 경계의 영마루인 석파령(해발 350m) 고갯길을 넘거나 북한강 줄기를 따라 마포나루에 이르는 뱃길 두 가지뿐이었다.


이중 육로는 신연강 나루(의암댐 부근 송암스포츠타운 끝자락)를 배로 건너 덕두원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석파령 지름길을 넘어 당림리를 거쳐 야산을 타고 가평 쪽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조선조 봄내골의 석파령 고갯길은 젊은이들에게 입신양명(立身揚名)과 출세길을 열어가는 지름길이요, 로망의 대상이었다.


석파령(席破嶺)이라는 이름은 한양에서 부임하는 부사와 이임하는 부사가 우거진 숲과 벼랑으로 길이 너무 비좁고 험해 가지고 간 돗자리를 찢어서 나눠 깔고 환송했던 영마루라 해서 붙여졌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고을 원님의 인계인수(교구식)가 아니라 헤어짐과 만남의 장소였던 셈이다.


훗날 제5공화국 시절 중앙관속들을 환영하고 배웅했던 경춘국도 도계(道界)의 휴게소를 연상시킨다. 숲이 무성하고 인적이 드물어 가끔 도적떼가 출몰했던 석파령 옛길(춘천지명유래 참조)은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 서울 춘천 간 신작로(경춘국도)가 뚫리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의암댐이 건설되기 이전까지 봄내골의 관문 노릇을 했던 신연교(1931년 건설)가 놓이면서 발길이 끊긴 석파령 고갯길을 찾아보았다.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괴나리봇짐에 짚신 몇 켤레를 매달고 넘나들었을 발자국과 흔적은 어디서도 구경할 수조차 없었다.


옛길을 따라 넓힌 아스팔트 도로를 한참 따라 올라가자 지난 1990년에 닦은 임도가 나왔다. 고갯마루에는 당시 주막과 민가가 있을 법했던 곳 여기저기에 깨진 기왓장이 나뒹굴었지만 옛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인근에 오는 2020년 개장을 목표로 삼악산 로프웨이 사업(대명레저산업 시행)이 추진 중에 있어 격세지감을 자아내게 할 뿐이었다.



1996년 7월 24일, 서면 안보리 앞의 경춘국도


제2경춘국도 현안 대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 말은 사통팔달한 길을 닦아 2,000년 동안 유구한 역사를 가꿔온 로마 대제국의 번영을 함축하고 있다.


길이 뚫렸다고 무작정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항시 어떤 길이 누구를 위해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하게 닦였느냐가 관건이다. 고속도로가 뚫렸어도 연휴와 관광 성수기의 심각한 병목현상과 체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경춘국도도 다를 바 없다. 수도권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들이 들어선 신시가지 조성 등으로 지·정체와 병목현상이 빚어지기 일쑤이다.


2015년 7월, 개통 6주년을 맞이했던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IC 부근의 주말 도로 풍경. 차가 막히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구축하는 제2경춘국도 신설론이 제기돼 춘천시 서면 당림리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금남IC까지 40km 구간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추진 중이다.


북한강 줄기의 남쪽이 아니라 건너편 경춘국도가 지나는 북쪽으로 제2의 경춘고속도로를 뚫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북으로 연결되는 최단거리이고 낙후한 영서북부지역의 폭증하는 인구와 균형발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운행 10년을 맞아 제기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 변화와 문제 제기는 지나치게 개통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순기능을 높이고 효과를 거두려는 데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