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독일이 제작한 인조인간 '엘레노이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2족 로봇 아틀라스(Atlas)는 스스로 문을 열고 드나든다. 쓰러트리면 일어난다. 무릎을 굽혔다가 그 반동으로 뒤로 공중제비(백플립)도 돈다. 달려가서 장애물을 딛고 높이 도약하는 모습은 지붕 위에서 무술을 연마하는 소림사 스님을 연상시킨다. 균형 감각이 좋아 험한 돌밭과 눈길도 자유롭게 거닌다. 자동차 시동도 걸고 운전도 한다. 사람과 함께 산책도 한다. 개를 닮은 4족 로봇 미니 치타(Mini Cheetah)도 백플립을 한다. 네 발을 굽혔다가 그 반동으로 허공으로 튀어 올라 한 바퀴 돌고 착지한다. 넘어트리거나 뒤집어 놓으면 꿈틀꿈틀 원상태로 돌아온다. 망가진 로봇이 재조립되는 영화적 느낌.
로봇 ‘치타’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
6년 전, 전립선암 수술 당시 있었던 이야기. ‘개복 수술할래? 로봇 수술할래?’ 주치의가 물었다. 자신은 개복수술 전문이라고 했다. 나는 개복수술을 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에 인터넷에서 ‘개복 수술 회복 기간 9개월, 로봇 수술 3개월’이라는 자료를 보았다. ‘6년 전’은 기술 분야에서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요즘은 경험 많은 노련한 의사보다 신기술로 무장한 젊은 의사가 유리하다. 다빈치시스템은 복강경 전문 수술 로봇이다. 관절수술로봇, 척추수술로봇도 활약 중. 의족로봇도 상용화되었다. 인공지능(뛰어난 두뇌)과 데이터(풍부한 경험)가 결합된 보다 강력한 로봇들이 등장할 것이다. 인간이 직접 수술하는 것이 불법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존 창고에는 수많은 로봇이 상근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들어온 물건을 쌓고, 주문 받은 물건을 내오느라 창고를 종횡무진 누빈다. 평직원이 1시간 동안 할 일을 15분에 처리한다. 근무 중 딴짓을 하지도 않고 회사에 대한 불만도 없다. 임금을 주지 않아도 열심히 일한다. 충전과 수리만 하면 오케이. 이들 덕분에 창고 용적률도 1.5배 늘었다.
로봇으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컴프레소헤드’(Com-pressohead)는 기타, 건반, 베이스, 드럼, 보컬로 구성된 5인조 악단. 실제 악기를 연주한다. 탁구와 테니스 치는 로봇은 일반인의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 당구도 마찬가지. 이미 많은 로봇강아지가 반려견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요리로봇도 있다.
오락기구인 배틀로봇은 로마시대 검투사들처럼 싸움을 한다. 배틀로봇이 사람보다 크다면 어찌될까? 아니 빌딩만큼 거대하다면? 사람의 손과 동작을 동기화하여 조작하는 이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도 있다. 뇌의 명령으로 손과 발이 움직이듯 조작자가 신체의 일부처럼 마음대로 쓴다. 나쁜 사람이 거대 배틀로봇을 자신의 신체처럼 마음대로 쓴다면?
2019년 일본이 제작한 3점 슛 농구 로봇
거대하게 성장한 로봇 시장
로봇청소기는 오래전 우리 삶으로 들어왔다. 전기 코드에 감기거나 화장실 문턱에서 구조 요청하던 녀석이 올해 들어 꽤나 똑똑해졌다. 이 녀석은 정리정돈하고 주인에게 물을 건네주고 설거지와 밥상을 차리는 식으로 진화 예정.
실버로봇은 불편한 노인을 위해 간병사 역할을 한다. 인공피부와 촉각 센서 등을 갖추고 표정 인식을 통해 주인의 의도와 상태를 인식한다. 강력한 힘을 내는 인공근육으로 부축도 하고 가구를 옮기기도 한다. 교육용로봇 시장은 이미 거대하게 성장했다. 로봇만큼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분야는 없다.
알리바바에서는 사람의 완력腕力을 대신하는 로봇팔을 50종 이상 판매하고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이동하거나 용접 등에 쓴다. 지난 5월 27일, 영국의 한 학생이 ‘글씨 쓰는 로봇’을 개발했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희랍어, 인도어 등 10개 문자를 베껴 쓴다. 지금은 보고 베끼지만 곧 ‘받아쓰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혹은 인조인간 개념은 고대부터 있었다. 그리스 신화의 청동 거인 탈로스, 히브리의 골렘 설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빈치(1452~1519)는 로봇에 대한 많은 설계를 남겼다. 제페트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인형 피노키오도 있다. 철인28호, 로보트 태권브이는 20세기 캐릭터. 하늘을 날아가던 아톰의 팔이 슝! 미사일이 되어 날아간다.
이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인공혈액이 흐르는 바이오닉(Bionic) 인간도 등장했다. 지능도 인간을 넘어섰다. 친구가 된 로봇이 가정, 오락, 복지, 교육, 의료, 안전, 군사, 해양, 환경, 재난구조, 치안, 전투, 보안 감시, 환경미화, 심해탐사 등을 함께 하고 있다. 녀석들이 ‘아직은 인간에게 절대복종’하고 있다.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음악과 명상에 대한 8권의 저서가 있다. 향상된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연구한 <미래예술은 어떤 모습일까>를 집필 중.
김진묵 악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