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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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2

2019.7
#봄내를 품다
춘천의 향토문화유산 7
백양리 굴봉산
아홉 개의 굴을 품은 굴봉산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산이 있다.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에 있는 해발 394m의 굴봉산屈峰山이 그 주인공이다.

인기 있는 산은 기본적으로 산세가 수려하거나 높이가 남다르다. 정상의 조망권이 탁월하거나 역사적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런 특별한 요소를 갖추지 못한 굴봉산이 인기 산행지로 부각된 사연은 무엇일까.



굴봉산 이심이굴. 용도 뱀도 아닌 상상 속 짐승 이심이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의 굴봉산은 강촌의 검봉산이나 봉화산 문배마을을 오고 가는 들머리에 있던 작은 봉우리에 불과했다. 1939년 경춘선열차가 놓일 때 굴봉산역의 원래 이름은 서천西川역이었다. 그러나 충남 서천舒川역과 발음이 같아 혼동을 피하기 위해 1955년 경강京江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역이라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그러다 2010년 경춘선 전철개통으로 역사가 이전 신축되면서 인근 산 이름을 따 굴봉산역이 되었다.


접근성이 좋아 찾는 사람이 서서히 늘어났지만 굴봉산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산 정상부에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심이굴, 우물굴, 베틀굴, 우물굴 등 이름도 재미있는 바위굴을 구경하는 재미가 매력으로 부각되었다. 인터넷 산행기 등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 산행지가 되었다.


춘천에서 다섯 번째 경춘선 전철역 굴봉산역에 하차했다. 역사 앞에 위치한 낮은 산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7부 능선부터는 바위뿐인 급경사였다. 붙잡고 오를 수 있는 밧줄이 있지만 노약자에겐 만만치 않은 코스다. 다행히 급경사 구간이 짧아 잠시의 수고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나무가 우거져 정상의 조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나무 틈 사이로 술래잡기하듯 북한강이 모습을 드려낸다. 좌청룡 우백호처럼 골프장 2개가 좌우로 자리해 너른 잔디밭이 보인다. 굽힐 굴屈 자를 쓴 산이라 그런지 정상석 또한 나직이 엎드린 모습이다.


북동쪽은 활엽수인 상수리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고 정상 남서 쪽 벼랑 끝은 노송군락이 운치를 더한다. 정상에서 노송 길을 따라 남서쪽 사면으로 내려가니 바로 급경사 바윗길이다.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8.5부 능선쯤 바위굴 안내판이 보인다.



굴봉산 안경굴. 세 개의 입구를 가진 굴이지만 앞에서는 두 개만 보여 등산객들에게 ‘안경굴’ 또는 ‘쌍굴’로 알려져 있다.



샘이 솟는다는 ‘우물굴’과 용도 뱀도 아닌 상상 속 짐승을 말하는 ‘이심이굴’이다. 세 개의 입구를 가진 굴이지만 앞에서는 두 개만 보여 등산객들에게는 ‘안경굴’ 또는 ‘쌍굴’로 알려져 있다. 이 굴은 입구 높이 1m, 폭 1.2m, 깊이 8m 정도이다. 앉은걸음으로 들어가서 보면 세 개의 굴이 연결되어 있다. 등산객들이 서로 다른 굴 입구에서 상체를 내밀고 기념사진을 찍는 굴봉산의 명소이다.


외형상 자연굴 같기도 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혹시 광산채굴을 위해 판 것이 아닐까 하여 굴봉산 아래 도치골의 80세가 넘는 분들께 여쭈어 보았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어려서 놀이터로 드나들었고 예전 어른들이 피난굴로 사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문학자는 굴窟이 많아 굴봉산이 아니고 산세가 강촌의 검봉(530m)을 향해 엎드린 형상이기에 굽힐 굴屈 자를 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상부에 바위굴이 많은 산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굴을 드나들며 구경하는 재미가 색다른 굴봉산의 매력을 느껴보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글·사진 심창섭(본지 편집위원 · 전 춘천문인협회장)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춘천시청에서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다 2006년 정년퇴직 후 수필가 및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사라져 가는 춘천의 풍경과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기록 중이다. 저서로 포토에세이 <때론 그리움이 그립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