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가는 길에 4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해강아파트가 있다. 이곳에서 경비반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학만(67) 씨. 버스운전사 23년 무사고 경력으로 노후에 개인택시를 하고 싶었지만 개인택시 포화 상태로 면허 발급이 안 되어 아파트 경비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해강아파트는 입주민, 경비원, 관리사무소 직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님은 더운 날 우리가 나가서 일을 하면 말립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요. 입주민들도 똑같이 말하세요. 쉬었다 하라고. 뭐 급하냐고. 그러니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작은 일에도 늘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입주민들 덕에 항상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전학만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경비원 김희철(69) 씨는 7년 동안 다른 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했는데 이곳에 온 후 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같은 일을 해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어요. 경비반장님께서 저희들을 늘 좋은 분위기로 이끌어주셔서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전학만 씨에게 어떻게 하면 힘든 경비일도 즐겁게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층에 사시는 어르신이 병원에 다녀온 후 거동이 불편해져서 제가 2층까지 업어서 모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복도식인데 한 층에 8세대가 같이 삽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이웃들의 협의로 20년 만에 엘리베이터가 2층도 운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도 많이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인생이 늘 생각대로만 안 된다는 전학만 씨. 개인택시기사의 꿈이 좌절되었지만 자신과 같이 경비 일을 하는 동료들을 가끔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생활의 낙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입주민들에게 바라는 점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큰 거 없습니다.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지금처럼 작은 일에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식사를 직접 해 먹어야 하는데 동네 주민들이 저희가 없을 때도 간식이며, 찌개며 챙겨주실 때가 많아 하루 두 끼가 아니라 한 끼만 해 먹을 때도 많습니다.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오래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아파트는 어느 주거형태보다 편리하지만 공동주택이다 보니 불편한 상황들이 속출한다.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전학만 씨의 따뜻한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