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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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7

2018.4
#봄내를 꿈꾸다
자랑하고 싶어요
유봉여자중학교 연극동아리 '크레이지프랜드'
무대 조명이 꺼져도 연극은 계속된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없고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정지된 무대 위에는 정적과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그룹 샤프, '연극이 끝난 후')


봄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3월. 가슴의 울림을 연극 무대에 담아내는 학생들을 만났다. 목요일 오후 동아리 수업이 있는 날 학생들의 걸음이 분주하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2층 가정·기술실습실. 책상을 교실 뒤편으로 밀고 자그마한 연극 무대를 만든다. 자신들의 끼를 발산할 무대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기대감이 묻어난다.



앞줄 왼쪽부터 최윤성, 고예서(이상 3학년), 둘째 줄 왼쪽부터 오서연, 최지민, 김유진, 신민경(이상 3학년)

셋째 줄 왼쪽부터 전혜림, 이예경, 송예지(이상 2학년), 최진아, 노하영, 최승민(이상 3학년) 넷째 줄 왼쪽부터 이한별, 최지민, 임가희, 이다인, 원회연, 함다은, 백서희, 권담원(이상 1학년)



연극에 미치고 싶어 모인 아이들

2011년부터 시작된 유봉여자중학교 연극동아리 ‘크레이지프랜드’는 연극에 미쳐 보고 싶은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연극이 마냥 즐겁다. 끼를 주체할 수 없어 연극동아리의 문을 두드린 학생도 있지만 연극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은 학생도 제법 된다. 무대에 오르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또 다른 내가 된다 는 것이 연극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고 가져보지 못한 것을 가져도 본다.


무대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상대와 호흡을 맞춰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훌륭한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돋보인다. 연극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배려를 배운다. 호수 수면 위의 백조는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분주하다. 연극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대 뒤에서 노력하는 친구들의 수고가 필요하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연극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배움이다.


2017 춘천연극제 소소 연극콘테스트 은상 수상




학생들만의 시선이 담긴 연극

‘크레이지프랜드’의 공연은 늘 인기다. 학교축제 공연은 앉을 자리가 없이 성황(盛況)을 이룬다. 지난해 학교축제 ‘산유제’에서는 2017 춘천연극제 소소 연극콘테스트에서 은상을 수상한 ‘3분 엄마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때도 200석의 소강당의 자리가 금세 동이 났다. ‘3분 엄마 컬렉션’은 ‘3분 카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작품이다.

간편식에 익숙해진 세대. ‘3분 엄마’는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면 원하는 엄마가 나온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인스턴트 엄마는 사랑과 헌신이 있는 엄마가 아니다. 보기에만 좋을 뿐이다. 학생들은 “연극에 가족의 화목과 사랑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진짜가 아닌 가짜에 속지 말고 늘 희생하고 사랑해주는 엄마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연극에서 그들만의 시선을 담아낸다. 가정폭력을 다뤘던 ‘종이비행기’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딸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법정에 선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을 딸의 친구들의 추리를 통해 그려낸다. 연극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토요일은 연극 배우는 날

토요일이면 유봉여자중학교에서 학교예술교육 방과 후 연극수업이 열린다. 다른 학교 학생도 수강이 가능하다. 수업을 통해 전문적으로 발성과 호흡, 감정처리, 동선 등을 배운다. 오후연습을 통해 수업내용을 다시 몸에 익힌다. 연극을 하다 보니 표현력도 좋아지고 발음도 좋아졌다. 대본을 읽고 같이 고치며 보니 자연스럽게 어휘력도 생기고 문장 이해력도 좋아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알기 위해 뮤지컬과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연극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매일 성장해 간다.

‘크레이지프랜드’는 올해에 4번 이상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달린다.



우리가 만드는 연극은 모두 함께 고민한 결과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본이 나오면 너무 기뻐요. 연극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웃고 즐기며 만들어 가는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고 관객들이 즐겁게 봐주면 행복해요.

노하영(3학년)


연극 연습 모습